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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괘

火天大有 — 부드러움이 가운데서 큰 것을 소유한다

가장 강한 다섯을 거느리는 것은, 강함이 아니라 가운데 자리를 얻은 부드러움 하나다.

大有 元亨

이 괘가 말하는 것

불(☲離)이 하늘(☰乾) 위에 높이 걸려 만물을 두루 비춘다. 비추지 못할 것이 없으니(明及萬物 無不照見) 이것이 대유(大有), 곧 크게 소유함의 상이다. 앞의 천화동인(同人)이 사람들이 한데로 모이는 괘라면, 모이면 반드시 많아지고 많아지면 크게 가지게 된다. 그래서 동인 다음에 대유가 온다. 서괘전은 이를 한마디로 짚는다 — 남과 함께하는 자에게는 만물이 반드시 돌아온다(物必歸焉).

주목할 것은 이 큰 소유의 주인이 누구인가다. 다섯 양(陽) 가운데 홀로 자리한 하나의 음(陰), 육오(六五)다. 가장 강한 다섯을 거느리는 것이 도리어 가장 부드러운 하나다. 그 하나가 임금의 자리(尊位)에서 가운데를 잡고(大中) 있으니, 위아래 다섯 양이 모두 그에게 호응한다. 강함을 소유하는 길은 강함이 아니라 중(中)과 순(順)에 있다는 것 — 대유의 첫 번째 가르침이다.

그러나 크게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형통한 것은 아니다. 정이천은 왕필을 매섭게 꾸짖는다. 부자라도 못된 이가 있고 권력자라도 망하는 이가 있으니, 대유 그 자체가 형통이 아니라 그가 갖춘 자질(才)이 그를 형통하게 한다. 그 자질이 강건문명(剛健文明)이다. 안은 하늘처럼 굳세어 결단하고(健而決之), 밖은 태양처럼 밝아 꿰뚫어 본다(明而燭之). 밝기만 하고 굳세지 못하면 악을 알아도 제재하지 못하고, 굳세기만 하고 밝지 못하면 사기꾼이 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통찰과 결단을 함께 갖추고 하늘의 때에 맞춰 움직일 때(應乎天而時行), 비로소 크게 형통한다.

가진 것이 크면 반드시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 부패의 싹(釁櫱)이 튼다. 그래서 대유의 군자는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내(遏惡揚善)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順天休命). 이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내 몸으로 돌이켜 보아도 다르지 않다. 마음의 정원에 꽃이 만발하면 잡초도 함께 자란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마음의 잡초를 더 부지런히 뽑고, 좋은 자세와 바른 습관은 반복해 몸에 새겨야 한다. 크게 가진 자의 수양은 창고를 늘리는 데 있지 않고, 그 큼을 감당할 밝음과 굳셈을 안에 세우는 데 있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음효 하나가 5번 존위에 있어 다섯 양을 소유했으니 大有다. 5효는 움직이는 가운데의 중이라 아무리 들었다 놔도 안 자빠진다 — 씨름 선수같이. 아무리 흔들어도 안 흔들려야 임금이지, '임금 못 해먹겠다' 하면 그건 임금 자격이 없는 거다."

"강건하고 문명하고 — 1·2·3번 건은 강건, 4·5·6번 이는 문명. 하늘에 응해서 때맞춰 행하니, 우산을 비 오는 날 써야지 좋은 날 쓰면 이상하잖아. 때를 맞추는 거다."

"불빛이 세상을 비추듯 군자는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내 이름을 날려주고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 — 그런데 너무 다 밝히면 도리어 속이게 된다. 어두운 부분을 놔두고, 알면서 잘 속는 것이 슬기로운 거다. 자식·백성·학생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면 반항해 버린다."

원문과 주석 — 괘사(卦辭)

大有 元亨

대유는 크게 형통하다(元亨).

정이천『이천역전』— 괘재(卦才)와 원형(元亨)

卦之德,有卦名自有其義者,如比吉、謙亨是也。有因其卦義便為訓戒者,如師貞丈人吉、同人于野亨是也。有以其卦才而言者,大有元亨是也。由剛健文明,應天時行,故能元亨也。

괘의 이름이 스스로 그 뜻을 가진 것이 있으니 수지비(比)의 ’길함’과 지산겸(謙)의 ’형통함’이 그것이요, 괘의 뜻으로 인하여 가르침과 경계를 삼는 것이 있으니 지수사(師)의 ’정해야 하고 장인이어야 길하다’와 천화동인(同人)의 ’들판에서 해야 형통하다’가 그것이며, 괘의 재질로써 말한 것이 있으니 대유의 ’원형’이 그것이다. 강건문명하고 하늘에 응하여 때에 맞춰 행하는 것으로 말미암았기 때문에 능히 크게 형통한 것이다.

주자『주역본의』— 소유한 것이 큼(所有之大)

大有,所有之大也。離居乾上,火在天上,无所不照。又六五一陰居尊得中,而五陽應之,故為大有。乾健離明,居尊應天,有亨之道。占者有其德,則大善而亨也。

대유는 소유한 것이 큼이다. 리(離)가 건(乾) 위에 거하니 불이 하늘 위에 있어 비추지 않는 바가 없다. 또 육오 한 음이 높은 곳에 거하고 중을 얻었는데 다섯 양이 그에게 응하므로 대유가 된다. 건은 굳세고 리는 밝으며, 존위에 거하여 하늘에 응하니 형통할 도가 있다. 점치는 자가 그 덕이 있으면 곧 크게 선하여 형통할 것이다.

건안 구씨(建安丘氏)— 1음이 5양을 소유하다

一陰在上卦之中,而五陽宗之。居尊能柔,物之所與,而諸爻之有皆六五之有也。豈不大哉?唯其所有者大,故其亨亦大也。

한 음이 상괘의 가운데 있고 다섯 양이 그를 으뜸으로 삼는다. 높은 곳에 거하여 능히 유순하니 만물이 더불어 하는 바가 되어, 여러 효의 소유가 다 육오의 소유가 된다. 어찌 크지 않겠는가? 오직 그 소유한 것이 크기 때문에 그 형통함 또한 큰 것이다.

원문과 주석 — 단전(彖傳)

彖曰:大有,柔得尊位大中,而上下應之,曰大有。其德剛健而文明,應乎天而時行,是以元亨。

단전에 말하였다. “대유는 유(柔, 육오)가 존귀한 지위를 얻고 크게 중하며(大中), 위아래가 그에게 호응하니 대유라 한다. 그 덕이 강건하고 문명하며 하늘에 응하여 때로 행하니, 이로써 크게 형통하다.”

정이천『이천역전』— 대중(大中)의 도

五以陰居君位,柔得尊位也。處中,得大中之道也。為諸陽所宗,上下應之也。夫居尊執柔,固衆之所歸也。而又有虛中文明大中之德,故上下同志應之,所以為大有也。

오효는 음으로서 군주의 지위에 거하였으니 유가 존위를 얻은 것이요, 중에 처하였으니 대중의 도를 얻은 것이다. 뭇 양이 으뜸으로 삼으니 위아래가 그에게 호응한다. 존위에 거하여 유순함을 잡으면 진실로 대중이 돌아가는 바이다. 게다가 마음을 비우고(虛中) 문명하며 대중한 덕이 있으므로 위아래가 뜻을 같이하여 응하니, 이것이 대유가 되는 까닭이다.

정이천『이천역전』— 강건문명과 왕필 비판

卦之德,内剛健而外文明。六五之君,應於乾之九二,順應乾行,順乎天時也,故曰應乎天而時行。王弼云:不大通,何由得大有乎?大有則必元亨矣。此不識卦義。離乾成大有之義,非大有之義便有元亨。由其才,故得元亨。大有而不善者,與不能亨者有矣。

괘의 덕이 안은 강건하고(건) 밖은 문명하다(리). 육오의 임금이 건의 구이에 응하여, 건의 행함에 순응하는 것은 천시에 순종하는 것이므로 ’하늘에 응하여 때로 행한다’고 하였다. 왕필은 “크게 통하지 않고서야 어찌 대유를 얻겠는가, 그러니 대유인즉 반드시 원형할 것이다”라고 하였으나, 이는 괘의 뜻을 알지 못한 것이다. 리와 건이 대유의 뜻을 이룬 것이지 ’대유’라는 뜻이 곧 ’원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훌륭한 재질(강건문명)에 말미암았기 때문에 원형을 얻은 것이니, 크게 가지고도 선하지 못한 자와 능히 형통하지 못한 자가 있는 법이다.

정이천은 나아가 ’원(元)’의 뜻을 밝힌다. 원형(元亨) 두 글자만 가진 괘는 대유·산풍고(蠱)·지풍승(升)·화풍정(鼎) 넷이다. 건괘의 원이 만물보다 앞서 나오는 시작(元始)의 뜻이라면, 다른 괘의 원은 선함(善)과 큼(大)일 뿐이다. 원은 사물의 먼저(物之先)이니, 사물의 먼저에 어찌 선하지 않음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문언전에 “원은 선의 어른(善之長)이다”라고 하였다.

주자『주역본의』— 괘체·괘덕으로 괘사를 풀다

以卦體釋卦名義。柔謂六五,上下謂五陽。以卦德卦體釋卦辭。應天,指六五也。

괘체로써 괘명의 뜻을 해석하였으니, ’유’는 육오요 ’상하’는 다섯 양이다. 괘덕과 괘체로 괘사를 해석하였으니, ’응천(應天)’은 육오를 가리킨다. 어떤 이가 “’응호천이시행’을 정전에서 천시에 응해 행한다고 했는데 어떠한가” 묻자, 주자는 “이것은 때로써 행한다는 것이니, 가히 행할 만한 때(可行之時)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성재 양씨(誠齋楊氏)— 아동(我同)과 아유(我有)

同人大有,一柔五剛均也。柔在下者,曰得位、曰得中、曰應乎乾,而為同人,我同乎彼之辭也。柔在上者,曰尊位、曰大中、曰上下應,而為大有,我有其大之辭也。

동인과 대유는 한 음에 다섯 양임이 똑같다. 그러나 유가 아래(육이)에 있는 것은 득위·득중·응호건이라 하여 동인이 되니 ’내가 저 사람과 함께한다’는 말이요, 유가 위(육오)에 있는 것은 존위·대중·상하응이라 하여 대유가 되니 ’내가 그 큼을 소유한다’는 말이다.

운봉 호씨(雲峯胡氏)— 상하의 분수, 그리고 자성이명

同人以六居二,則曰柔得位得中;大有以六居五,則曰柔得尊位大中。上下之分嚴矣。文明以健,自明而誠之事;剛健而文明,自誠而明之事。又若有聖賢之等焉。

동인은 육이 이위에 거하니 ’유득위득중’이라 했고, 대유는 육이 오위에 거하니 ’유득존위대중’이라 했으니 위아래의 구분이 엄격하다. 동인의 ’문명이건’은 밝음으로 말미암아 성실해지는(自明而誠) 일이요, 대유의 ’강건이문명’은 성실함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自誠而明) 일이니, 마치 성인과 현인의 등급이 있는 것과 같다.

사마광(涑水司馬氏)— 밝음과 굳셈의 조화

夫柔而不明,則前有讒而不見,後有賊而不知。明而不健,則知善而不能舉,知惡而不能去。二者皆亂亡之端也。明以燭之,健以決之,居不失中,行不失時,然後能保有其衆,元亨也。

대저 유순하되 밝지 못하면 앞에 참소하는 자가 있어도 보지 못하고 뒤에 도적이 있어도 알지 못한다. 밝으면서 굳세지 못하면 선을 알아도 등용하지 못하고 악을 알아도 제거하지 못한다. 이 둘은 다 어지러움과 망함의 단서다. 밝음으로 비추어보고 굳셈으로 결단하며, 거함에 중을 잃지 않고 행함에 때를 잃지 않은 연후에야 능히 그 무리를 보존하고 보유할 수 있으니, 이것이 원형이다.

양문환(楊氏文煥)— 소축과 대유의 차이

上下應而不得尊位者,小畜之六四也;有能致之資,居得致之位者,正大有之時也。

위아래가 응하나 존귀한 지위를 얻지 못한 것은 소축(小畜)의 육사요, 능히 이룰 자질이 있고 이룰 지위에 거한 것은 바로 대유의 때(육오)다.

원문과 주석 — 상전(象傳)

象曰:火在天上,大有。君子以遏惡揚善,順天休命。

상전에 말하였다.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이니, 군자는 이로써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내어(遏惡揚善)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順天休命).”

정이천『이천역전』— 대천공(代天工)의 사명

火髙在天上,照見萬物之衆多,故為大有。君子觀大有之象,以遏絶衆惡、揚明善類,以奉順天休美之命。萬物衆多,則有善惡之殊。君子享大有之盛,當代天工,治飬庻類。治衆之道,在遏惡揚善而已。惡懲善勸,所以順天命而安羣生也。

불이 높이 하늘 위에 있어 만물의 수다함을 비추어 보므로 대유가 된다. 군자가 대유의 상을 관찰하여 뭇 악을 막아 끊고 선한 부류를 드날려 밝혀서,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받들고 따른다. 만물이 많으면 선악의 다름이 있다. 군자가 대유의 성대함을 누림에 마땅히 하늘의 공을 대신하여(代天工) 뭇 동포를 다스리고 기른다. 무리를 다스리는 도는 악을 막고 선을 드러냄에 있을 뿐이니,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면함은 천명에 순종하여 뭇 생명을 편안하게 하는 바이다.

주자『주역본의』— 소유와 관리, 그리고 자기 몸으로의 돌이킴

火在天上,所照者廣,為大有之象。所有既大,无以治之,則釁櫱萌於其間矣。天命有善而无惡,故遏惡揚善,所以順天。反之於身,亦若是而已矣。

불이 하늘 위에 있어 비추는 바가 넓으니 대유의 상이다. 소유한 것이 이미 큰데 그것을 다스림이 없으면 곧 틈과 싹(釁櫱, 부패의 조짐)이 그 사이에서 싹튼다. 천명에는 선만 있고 악은 없으므로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내는 것이 하늘에 순종하는 것이다. 내 몸에 돌이켜 보아도 또한 이와 같을 뿐이다. 주자는 또 말하였다. “무릇 사물을 소유함에 모름지기 자기 스스로 비추어 보아야 바야흐로 있음을 보게 된다. 비추어 보지 못하면 있고 없음을 알 수 없으니 어찌 대유라 하겠는가. 악을 막고 선을 드러냄은 사람을 쓰는 일(用人)에만 그치지 않으니, 용인은 그 한 가지 일일 뿐이다(수양에도 적용된다).”

구산 양씨(龜山楊氏)— 투명함과 정명(正命)

因天之明,物无遁形矣。君子觀火天之象,以遏惡揚善。休命者,正命也。善惡不當其實,非順休命者也。

하늘의 밝음을 인하여 사물이 숨을 형체가 없다. 군자가 화천의 상을 보아 악을 막고 선을 드러낸다. 휴명(休命)은 정명(正命)이다. 선악이 그 실질에 마땅하지 않으면(상벌이 공정하지 않으면) 휴명에 순종하는 자가 아니다.

성재 양씨(誠齋楊氏)— 동인과 대유의 권한 차이

天討有罪,吾遏之以天;天命有德,吾揚之以天。吾何與焉?此舜禹有天下而不與也,故曰順天休命。同人,離在下而權不敢專,故止於類族而辨物;大有,離在上而權由已出,故極於遏惡而揚善。

하늘이 죄 있는 자를 토벌함에 나는 하늘을 대신해 그를 막고, 하늘이 유덕한 자에게 명함에 나는 하늘을 대신해 그를 드날린다. 내가 무엇을 관여하겠는가? 이는 순임금·우왕이 천하를 소유하였으되 관여하지 않은 것(사사로움이 없음)이니, 그러므로 ’순천휴명’이라 하였다. 동인은 리가 아래에 있어 권한을 감히 오로지 하지 못하므로 부류를 나누고 사물을 분별함(類族辨物)에 그쳤고, 대유는 리가 위에 있어 권한이 자기로부터 나오므로 악을 막고 선을 드러냄에 지극한 것이다.

운봉 호씨(雲峯胡氏)— 휴명의 뜻

休命,諸家多作眷命。本義以為性命,葢天命之性,有善而无惡,遏惡揚善,亦不過順天命之本然者而已。用人反身,皆當若是,本義之説精矣。

휴명을 제가들은 대개 권명(眷命, 하늘이 돌보아 내린 명)으로 풀었으나, 본의는 성명(性命, 본성)으로 여겼다. 대개 천명지성(天命之性)에는 선만 있고 악이 없으니, 악을 막고 선을 드러냄 또한 천명의 본연을 순종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을 쓰는 것이나 몸을 돌이키는 것이나 다 이와 같아야 하니, 본의의 설이 정밀하다.

여섯 효 — 자리마다 다른 말

변화의 지도

도전(綜)天火同人위아래를 뒤집으면
배합(錯)水地比음양을 모두 바꾸면
호괘(互)澤天夬속에 품은 괘

서괘의 이음:← 天火同人火天大有地山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