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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괘

火雷噬嗑 — 사이를 막는 것을 씹어 통하게 한다

막힌 것은 씹어야 통한다. 다만 칼을 쥔 손은 따뜻하고, 조사는 번개처럼 밝게, 집행은 우레처럼 단호하게.

噬嗑,亨,利用獄。

이 괘가 말하는 것

☲ 불이 위에, ☳ 우레가 아래에 있다. 위아래 두 양(陽)이 입술이고 가운데가 비어 턱과 입의 모양인데, 그 사이에 단단한 뼈다귀 같은 양효 하나가 끼어 있다. 입 안에 무언가 걸려 있으니 그냥 두면 통하지 않는다. 씹어야 한다. 씹어서 합쳐야(噬嗑) 비로소 넘어가고, 넘어가야 형통해진다. 서합은 막힘을 다루는 괘다. 개인의 마음이든 관계든 조직이든,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있을 때 이 괘가 온다.

주역은 여기서 무서운 말을 한다. 옥(獄)을 씀이 이롭다(利用獄). 평화로운 덕치를 말하는 경전이 왜 형벌과 재판을 권하는가.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는 새 살이 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무작정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정이천은 “옥이란 참과 거짓을 연구하고 살피는 것(究察情偽)“이라 했다. 처벌이 먼저가 아니라 사실 규명이 먼저다. 밝게 살핀 뒤에야(明) 위엄으로 집행한다(威). 하늘을 보면 번개가 먼저 번쩍하고 천둥이 뒤따른다. 사람을 다스리는 순서도 그러하다.

더 깊은 자리에 자비가 있다. 이 형벌의 힘을 쥔 자리는 뜻밖에도 부드러운 육오(六五)다. 너무 강하면 포악함에 빠지고(過剛則暴), 너무 무르면 기강이 풀린다(過柔則縱). 그래서 강한 자리에 앉되 본성은 부드럽고 중(中)을 지키는 이가 칼자루를 쥔다. 옛 법도에 임금이 세 번 용서한 뒤에야 형을 정했다는 삼유(三宥)의 마음이 그것이다. 칼은 날카로울수록 좋으나, 그 칼을 쥔 손은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베는 칼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된다.

그러니 서합은 우리에게 태도를 묻는다. 내 안의, 내 관계 속의 걸림돌을 회피하지 말고 마주해 씹을 것. 다만 성급한 분노로가 아니라 충분히 살핀 뒤 단호하게. 처벌하기 전에 먼저 자문할 것. 나는 규칙을 번개처럼 명확하게 미리 알렸는가. 미리 밝히고 미리 경계해 아예 어긋남이 없게 하는 것, 그 예방의 마음이 곧 백성을 아끼는 충후(忠厚)다. 몸으로 옮기자면 이렇다. 편하게만 늘어지면 병이 들고, 씹고 움직여 소통시켜야 건강하다. 막힌 것을 씹어 넘기는 힘은 결국 스스로를 단련하는 자리에서 나온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사람들은 민주주의 하면 참 자유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라 한다 — 잘 보면 자유롭지 못하다, 법이 많고 엄하다. 자유를 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많아야 되는 거다, 그래야 방종을 못 하는 거다. 진짜 자유는 절제할 때 하고 안 할 때 안 하고 하는 게 자유다."

"편하게 살으면 죽게 돼 있어 — 긴장하고 때로는 억지도 하고 제재도 해야 되는 거다, 그게 건강이다. 몸뚱이를 괴롭히면 건강하고 몸뚱이를 편하게 늘리면 병이 많다. 생명이라는 건 움직일 동(動)자 때문에 있는 거다."

"'형벌을 씀이 이롭다(用刑)' 하지 않고 '옥을 씀이 이롭다(用獄)' 했나? 괘에 사오육번이 밝게 비춰지는 모양이 돼 있어, 교도소 방을 비추고 살피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 옛날 서대문 형무소는 햇빛 안 드는 방이 없다고 한다, 죄수의 양심을 햇빛으로 비춰준다고."

"우레(雷)와 번개(電)가 합해 빛난다(雷電合而章) — 동시에 빛나고 동시에 소리가 나는데, 인간한테 전달되는 건 빛은 양이기 때문에 바로 표현되고 소리는 음이기 때문에 더디게 도착하는 거다."

"'명벌(明罰)'은 벌 주는 걸 임시조치로 분명히 하고, '칙법(勅法)'은 고정적으로 원칙적으로 재판하고 죄 주는 것을 틀림없이 신칙하는 거다. … 형벌·처벌하는 건 막판에 있는 거고, 처음에는 교육으로 하는 거다. 임금이 세 번 용서를 한 뒤에 감형을 한 뒤에 형벌을 올린다 하고 제도화해 놨다 — 사람 함부로 안 죽이고,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서 결국 마무리를 하는 게 옥인 거다(三宥三刺)."

원문과 주석 — 괘사(卦辭)

噬嗑,亨,利用獄。

서합은 형통하니, 옥(형벌과 재판)을 씀이 이롭다.

『주역』계사전 하편 2장은 이 괘를 교역(交易) 제도의 원형으로 든다. “한낮에 시장을 열어 천하의 백성을 오게 하고 천하의 재화를 모아 교역하고 물러가 각기 그 자리를 얻으니, 서합괘에서 취하였다(蓋取諸噬嗑).” 위아래 입(口) 사이의 효를 씹어 통하게 하는 구조에서 신농씨가 시장의 뜻을 취했다는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 “’서합 형’은 괘 자체에 형통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천하의 일이 형통하지 못함은 사이를 막는 것(間)이 있기 때문이니, 씹어서 합치면 형통해진다. ’이용옥’은 씹어 합치는 방도에 마땅히 형옥을 써야 함이다. 천하의 방해물을 형옥이 아니고서 어떻게 제거하겠는가. ’이용형’이라 하지 않고 ’이용옥’이라 한 것은 옥사를 살피는 데(察獄) 이롭기 때문이다. 옥이란 참과 거짓을 연구하고 살피는 것(究察情偽)이니, 그 실정을 얻은 연후에야 방비를 세우고 형벌을 가할 수 있다.” — 무작정 처벌이 아니라 사실 규명이 먼저라는 뜻이다.

주자『주역본의』 — “서(噬)는 씹음이요 합(嗑)은 합함이다. 물건에 틈이 있는 것을 씹어 합치는 것이다. 괘가 상하 두 양이고 가운데가 비어 턱과 입의 상인데, 구사의 한 양이 그 가운데 끼어 있어 반드시 씹은 뒤에야 합해지므로 서합이라 한다. 또 삼음삼양으로 강유가 반반이며(剛柔中半), 아래는 움직이고 위는 밝으며(下動上明), 아래는 우레 위는 번개다. 옥을 다스리는 도는 오직 위엄과 밝음, 그리고 그 중(中)을 얻음을 귀하게 여긴다.”

귀산 양씨(양시) — “서합은 간격을 제거하는(除間) 괘다. 간격을 제거함에 형벌을 쓰므로 이용옥이라 했다. 다스려 그 실정을 얻은 뒤에 형벌을 가하면 천하가 복종한다. 그러므로 이용형이라 하지 않고 이용옥이라 한 것이다.”

용산 이씨(이중정) — “서합은 진(震)이 아래, 이(離)가 위이니 우레와 번개다. 천지가 만물을 낳음에 조물의 가시가 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뇌전으로 쳐부수고, 성인이 천하를 다스림에 백성의 가시가 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형옥으로 끊어 제재한다. 서합은 턱 속의 가시를, 뇌전은 천지의 가시를, 형옥은 천하의 가시를 제거한다.”

운봉 호씨(호병문) — “무릇 사물이 합하지 못함은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씹은 뒤에야 합하고 합한 뒤에야 형통하다. 이용형이라 하지 않고 이용옥이라 한 것은, 먼저 번개의 밝음(電之明)으로 하고 우레가 뒤따르는 것이다. 번개의 밝음은 옥사를 살피고 우레의 위엄은 옥사를 결단한다. 이미 밝고 또 위엄 있으며 또한 부드럽고 중도에 맞아야 치옥의 도이다.”

원문과 주석 — 단전(彖傳)

彖曰:頤中有物,曰噬嗑。噬嗑而亨。剛柔分,動而明,雷電合而章。柔得中而上行,雖不當位,利用獄也。

단전에 이르길: 턱 속에 물건이 있음을 서합이라 한다. 씹어 합치니 형통하다. 강과 유가 나뉘고, 움직이면서 밝으며, 우레와 번개가 합쳐져 빛난다. 유(柔)가 중을 얻어 위로 올라가니, 비록 자리는 마땅치 않으나 옥을 씀이 이롭다.

정이천『이천역전』 — “강효와 유효가 서로 섞이되 강과 유가 나뉘어 뒤섞이지 않으니(剛柔分而不相雜) 밝게 분별하는 상이다. 명변(明辨)은 옥사를 살피는 근본이다. ’동이명’은 아래 진(震) 위 이(離)이니 움직이면서 밝은 것이다. ’뇌전합이장’은 우레가 진동하고 번개가 빛나 서로 필요로 하며 나란히 나타나 합쳐져 빛나는 것이니, 비춤과 위엄이 병행함이 옥을 쓰는 도이다. 능히 비추면 숨길 정이 없고 위엄이 있으면 감히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다. 육오가 유로써 중에 거하니 유를 써서 중을 얻은 의리다. 옥을 다스리는 도는 완전히 강하면 엄하고 포악함에 상하고, 지나치게 유하면 너그럽고 풀어짐에 잃는다. 오효는 옥을 쓰는 주인으로서 유로써 강에 처하되 중을 얻었으니 옥을 쓰는 마땅함을 얻은 것이다.”

주자『주역본의』 — “괘체로써 괘 이름의 뜻을 풀이한 것이다. … 괘명·괘체·괘덕·두 상·괘변으로써 괘사를 풀이하였다.”

건안 구씨(구부국) — “산뢰이(頤) 괘는 초효와 상효가 양이고 사이 네 효가 음이라 턱과 입의 상이다. 서합은 이(頤)의 육사가 변해 구사가 되었으니 턱 속에 물건이 있는 상이 된다. 위가 그쳐 있고 아래가 움직이면 씹어 합치는 상이 있으니, 서합이형은 곧 강한 가시를 씹어 없애 가로막음이 없어져 저절로 형통한 것이다.”

귀산 양씨(양시) — “강이 아래에 있어 움직이고 유가 위에 있어 밝으니 움직이며 밝음이다. 처음에는 빛나지 않았으나 합쳐진 뒤에 빛난다.”

진재 서씨(서감) — “강유분(剛柔分)은 아직 씹기 전의 상이요, 동이명(動而明)은 바야흐로 씹는 상이며, 뇌전합이장(雷電合而章)은 이미 씹은 후의 상이다. 물건을 씹음과 같으니, 씹으려 할 때는 턱이 나뉘고 씹고 나면 턱이 합쳐진다.”

임천 오씨(오징) — “’강유분 동이명’은 씹기 전에 씹음으로써 형통을 이룸이요, ’뇌전합이장’은 씹은 후 합쳐짐으로써 형통을 이룸이니, 이 두 구절이 서합 형을 푼 것이다. 유가 육사로부터 위로 가서 오효에 이르니 비록 당위는 아니나 유로써 강에 거해 강으로써 유를 구제하여 지나치게 유약하지 않으니 치옥에 마땅하다. 서합하여 형통한데 무슨 일인들 이롭지 않겠는가마는 유독 이용옥이라 한 것은, 육오가 유로서 위에 있어 큰 이로움을 이루기엔 부족하고 오직 유로 중을 얻어 옥을 쓰는 데에만 이로울 뿐이기 때문이다.”

운봉 호씨(호병문) — “움직임이 우레 같지 않으면 옥사를 결단할 수 없고 밝음이 번개 같지 않으면 옥사를 살필 수 없다. 부드럽지 않으면 포악함에 잃고 부드러우면서 중도에 맞지 않으면 풀어짐에 잃으니, 옥을 쓰는 것의 어려움을 심히 말한 것이다.”

원문과 주석 — 상전(象傳)

象曰:雷電,噬嗑。先王以明罸勅法。

상전에 이르길: 우레와 번개가 서합이니, 선왕이 이로써 벌을 밝히고 법을 신칙한다.

정이천『이천역전』 — “상전에는 괘상의 순서를 거꾸로 두는 법이 없는데, 의심컨대 이 글은 서로 바뀐 듯하다(電雷가 맞다는 뜻). 우레와 번개는 서로 필요로 하며 나란히 나타나니 합함의 상이 있다. 번개는 밝고 우레는 위엄이 있으니, 선왕이 뇌전의 상을 관찰하여 그 밝음과 위엄을 본받아 그 형벌을 밝히고 법령을 정돈한다. 법이란 사물의 이치를 밝혀 방비를 삼는 것이다.”

주자『주역본의』 — “’뇌전’은 마땅히 ’전뢰’가 되어야 한다(상괘가 이離, 하괘가 진震이므로). 어떤 이가 ‘모든 괘의 상전은 위에서 아래로 설명했는데 유독 뇌전서합만 거꾸로 함은 어째서인가’ 물으니, 주자가 ‘옛 학자들이 모두 거꾸로 쓰인 오기라 여겼다. 두 글자의 모양이 비슷하니 그런 듯하다’ 하였다.”

중계 장씨(장식) — “채옹의 석경(石經)에는 본래 전뢰(電雷)로 되어 있다.”

임천 오씨(오징) — “’명(明)’은 분별함이 정밀하고 자세하다는 뜻이요 ’칙(勅)’은 정돈하고 엄하게 경계한다는 뜻이다. 밝음은 번개 빛을, 칙은 우레 위엄을 상징한다. 벌은 일시적으로 쓰는 법이요 법은 평소에 정해 놓은 벌이다. 일시적으로 쓰는 것이 마땅함에 맞으면 평소에 정한 것이 반드시 믿을 만함을 보이니, 그 벌을 명확히 함이 그 법을 신칙하는 까닭이 된다.”

진재 서씨(서감) — “’벌을 밝힌다’는 것은 백성에게 보여 피할 바를 알게 함이요, ’법을 신칙한다’는 것은 백성을 막아 두려워할 바를 알게 함이니, 이것이 선왕의 충직하고 후한 뜻(忠厚之意)이다. 벌은 마땅히 피해야 함에도 법을 무릅쓰는 자가 있고, 법은 두려운 것임에도 범하고 돌아보지 않는 자가 있으니, 선왕이 부득이한 뒤에야 형벌을 쓰는 것이다.”

여섯 효 — 자리마다 다른 말

변화의 지도

도전(綜)山火賁위아래를 뒤집으면
배합(錯)水風井음양을 모두 바꾸면
호괘(互)水山蹇속에 품은 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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