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고기를 씹는 자리
육오(六五)는 화뢰서합의 임금 자리다. 앞선 실무자 구사(九四)가 뼈 붙은 고기(乾胏)를 씹느라 애썼다면, 리더인 육오는 뼈를 발라낸 살코기 곧 서건육(噬乾肉)을 씹는다. 뼈는 없지만 바짝 말라 아주 질긴 고기다. 존귀한 자리에서 위세를 타고 아래에 형벌을 쓰니 형세는 도리어 수월하다. 그러나 괘가 끝에 가까워 방해물이 크게 뭉쳐 있으니, 쉽게 합쳐지지 않는 구조적·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셈이다.
여기서 득황금(得黄金)이라 했다. 황(黃)은 가운데 색이니 오효가 중앙에 거함이요, 금(金)은 단단한 물질이다. 황금은 재물이 아니라 변치 않는 중용의 기준을 가리킨다. 리더가 형벌을 내릴 때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은 그날의 감정이 아니라, 황금처럼 변하지 않는 척도다. 정이천은 오효가 중(中)에 거하여 중도를 얻었고, 강한 자리에 처하되 강한 구사가 곁에서 보필하니 황금을 얻은 것이라 풀었다.
그런데 경문은 곧바로 경고한다. 정려(貞厲)하라. 육오는 비록 존귀한 자리에 있으나 실체는 부드러운 음(陰)이다. 반드시 바르고 굳게 하며 위태로움을 품어야 허물이 없다. 서계 이씨는 주나라 목왕이 형벌을 가볍게 고쳐 놓고도 오히려 “짐의 말은 두렵다(朕言多懼)“고 한 것을 인용한다. 내 말 한마디에 사람의 목숨이 오가니, 권한이 클수록 결정하는 손은 더 떨려야 한다는 뜻이다.
삶에의 적용
최종 승인의 도장을 찍는 자리일수록, 확신이 아니라 건강한 두려움에서 정확함이 나온다. “혹시 내가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것이 곧 정려다. 몸으로 옮기면 이렇다. 힘이 가장 센 순간에 오히려 호흡을 낮추고 무게를 뒤로 실어, 함부로 내지르지 않는 것. 가장 강한 이빨을 가진 자가 함부로 물지 않듯, 절제된 자제력이 곧 자리를 지키는 근본이다. 기준(황금)을 쥐었다는 자부보다, 그 무게 때문에 언제든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계를 함께 품을 때 판결은 비로소 빛난다.
훈장님의 풀이(訓)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황금(得黃金), 황(黃)은 오효지가 가운데 中자에 들어와 가운데 색깔을 황색이라 하고, 금(金)은 강한 물질이라 — 오효는 중앙에 들어 있기 때문에 황금이라, 五는 中을 읊고 四는 金을 읊은 것이다."
"사효 강은 법을 잘 집행하고(執法之公), 오효 유는 차마 못 죽인다(人君不忍) — 주나라 목왕의 속형(贖刑)이 그것이라, 능력은 사효만 못해도 그 어짊이 있는 거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제가의 풀이
경문(經文)
六五,噬乾肉,得黄金。貞厲,无咎。
육오는 마른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는다. 바르고 위태롭게 여겨야 허물이 없다.
소상전(象傳)
象曰:貞厲无咎,得當也。
상전에 이르길, ’바르고 위태롭게 여겨야 허물이 없다’는 것은 처신이 마땅함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이천『이천역전』
五在卦愈上,而為噬乾肉,反易於四之乾胏者,五居尊位,乘在上之勢以刑於下,其勢易也。在卦將極矣,其為間甚大,非易嗑也,故為噬乾肉也。得黄金,黄中色,金剛物。五居中,為得中道。處剛而四輔以剛,得黄金也。五无應而四居大臣之位,得其助也。貞厲无咎,六五雖處中剛,然實柔體,故戒以必正固而懷危厲,則得无咎也。以柔居尊而當噬嗑之時,豈可不貞固而懷危懼哉!
오효는 괘에서 더욱 위에 있는데도 마른 고기가 되어 도리어 사효의 뼈 있는 고기보다 쉬운 것은, 오효가 존귀한 자리에 거하여 위의 기세를 타고 아래에 형벌을 쓰니 그 형세가 쉽기 때문이다. 괘가 장차 끝에 이르러 방해물이 심히 크니 쉽게 합쳐지지 않으므로 마른 고기라 했다. 득황금에서 황은 중앙의 색이요 금은 단단한 물건이다. 오효가 중에 거하니 중도를 얻은 것이 되고, 강한 자리에 처하고 사효가 강함으로 보필하니 황금을 얻은 것이다. 오효는 정응이 없으나 구사가 대신의 지위에 거하여 그 도움을 얻는다. ’정려무구’는, 육오가 비록 중과 강한 자리에 처했으나 실체는 부드러움이므로 반드시 바르고 굳게 하며 위태로움을 품어야 허물이 없음을 경계한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존위에 거하고 서합의 때를 당했으니, 어찌 바르고 굳게 하며 위태로움과 두려움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자『주역본의』
噬乾肉,難於膚而易於腊胏者也。黄中色,金亦謂鈞金。六五柔順而中,以居尊位,用刑於人,人无不服,故有此象。然必貞厲,乃得无咎。亦戒占者之辭也。
마른 고기는 피부보다는 어렵고 석육이나 뼈 있는 고기보다는 쉬운 것이다. 황은 중색이고 금은 균금을 이른다. 육오는 유순하며 중하고 존귀한 자리에 거하여 남에게 형벌을 쓰니,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바르게 하고 위태롭게 여겨야 비로소 허물이 없다. 또한 점치는 자를 경계한 말이다.
건안 구씨(구부국)
噬嗑三柔爻皆用獄者也,而五最勝。五之位與二同,而五能噬乾肉,二但能噬膚者,二以柔居柔,而五以柔居剛,五之才勝乎二之才也。五之才與三同,而五得黄金,三不免遇毒者,三之柔不中,五之柔得中,五之位勝乎三之位也。六五之才之位,視二三固有間矣。而爻辭但无咎,而不及九四之吉者,五之柔又不如四之剛也。然則欲盡噬嗑治獄之道,捨九四其何以哉?
서합의 세 음효는 모두 옥을 쓰는 자인데 오효가 가장 낫다. 오효의 지위는 이효와 같으나 오효는 마른 고기를 씹고 이효는 다만 피부를 씹는 것은, 이효는 부드러움으로 부드러움에 거하고 오효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에 거하니 오효의 재질이 낫기 때문이다. 오효의 재질은 삼효와 같으나 오효는 황금을 얻고 삼효는 독을 만남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삼효의 부드러움은 중이 아니고 오효의 부드러움은 중을 얻었으니 오효의 지위가 낫기 때문이다. 육오의 재질과 지위가 이·삼효에 비하면 진실로 차이가 있으나, 효사에서 단지 ’무구’라 하고 구사의 ’길’에 미치지 못한 것은 오효의 부드러움이 사효의 강함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합 치옥의 도를 다하고자 함에 구사를 버리고 어찌하겠는가.
서계 이씨(이석계)
九四以剛噬,六五以柔噬。以剛噬者,有司執法之公;以柔噬者,人君不忍之仁也。然猶貞厲則无咎,正如穆王訓夏贖刑,刑旣輕矣,猶曰「朕言多懼」是也。
구사는 강함으로 씹고 육오는 부드러움으로 씹는다. 강함으로 씹는 것은 관리가 법을 집행하는 공정함이요, 부드러움으로 씹는 것은 인군이 차마 하지 못하는 어짊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려해야 허물이 없다는 것은, 바로 목왕이 하나라의 속형을 가르칠 때 형벌이 이미 가벼워졌음에도 오히려 ’짐의 말은 두렵다’고 한 것과 같다.
운봉 호씨(호병문)
九四金矢兼得,五獨得黄金,何也?獄訟而出金矢,已非尋常小小之訟。訟則出矢,獄則出金。訟為小,獄為大矣。四於獄訟兼得,大小兼理之也。五君也,非大獄不敢以聞,書所謂罔攸兼於庻獄是也。故獨曰得黄金,葢君臣之分如此。
구사는 금과 화살을 겸하여 얻었는데 오효는 유독 황금만 얻은 것은 어째서인가. 옥송에서 금과 화살을 내는 것은 이미 자잘한 소송이 아니다. 송은 화살을 내고 옥은 금을 낸다. 송은 작고 옥은 크다. 사효는 옥과 송을 겸하여 얻으니 크고 작은 일을 겸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오효는 임금이니 큰 옥사가 아니면 감히 임금께 들리게 하지 않는다.『서경』에 이른바 ’임금은 뭇 옥사에 겸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유독 황금을 얻는다 했으니, 대개 군신의 분수가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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