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육사는 환(渙)괘에서 홀로 원길(元吉)과 광대(光大)를 함께 받은 효다. 흩어짐의 때,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무리를 지어 서로 등을 돌린다. 그런데 육사는 제가 속한 사사로운 무리(私黨)를 스스로 흩어 없애고, 위로 구오(九五)의 큰 중심에 붙는다. 작은 결속을 놓았기에 더 큰 결속이 열리니, 흩어뜨리는 것은 작고 모으는 것은 크다(所散者小而所聚者大).
여기서 핵심은 흩어짐을 거꾸로 쓰는 지혜다. 정이천은 이를 두고 흩어지는 한가운데에서 능히 크게 모이게 하니 그 공이 심히 크고 그 일이 심히 어려우며 그 쓰임이 지극히 묘하다고 했다. 소식(蘇軾)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리란 성인이 흩어뜨리려 하는 것이니, 천하를 하나로 아우르기 위함이다”라고 풀었고, 주자는 이 해석이 정이천의 풀이가 미치지 못한 바라고 인정했다. 사사로운 무리를 풀어야 공도(公道)가 서고, 공도가 서야 흩어진 천하가 언덕처럼 다시 모인다(渙有丘).
그러나 이 일은 평상의 눈으로는 미치지 못한다(匪夷所思). 작은 인연·작은 소속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육사가 원길을 얻은 자리이면서도, 그 공을 임금(구오)이 아닌 신하의 자리에서 말한 것은 — 공을 세운 자와 공을 이룬 자 사이에 분수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成功君臣之分也). 크게 빛나되 제 자리를 넘지 않는다.
삶에의 적용
몸으로 옮기면 이렇다. 힘이 한 곳에 뭉치면 그곳만 굳고 전체는 흩어진다. 국소의 긴장을 스스로 풀어 온몸에 고르게 흘려보낼 때, 비로소 흩어진 기운이 중심으로 다시 모인다. 작은 고집, 작은 파벌, 작은 자기 방어 — 그 하나를 놓는 손해가 도리어 더 큰 모임을 부른다. 내가 지키려는 작은 울타리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놓아 더 큰 자리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육사가 가르치는 흩음의 수양이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六四는 제 무리(群=초六·六三 같은 음효 붕당·私黨)를 흩어 없애고(渙其群) 위 九五(양강·임금)로 붙으니 크게 길하다(元吉). (…) 작은 사사로운 무리(붕당)를 흩어 큰 公의 무리를 이룬다 — 흩어진 천하에 사람들이 각각 붕당을 지어 하나로 못 뭉치는데, 六四만이 제 소인의 무리(初六·六三)를 흩어 九五로 돌아가 천하의 公道를 이루니 크게 길하다.
그 모임이 언덕처럼 크고 높다(渙有丘 — 丘=흙을 모은 가장 높은 것·호괘 艮山의 상). 이는 평상(夷=平常)의 보통 사람이 생각할 바가 아니다(匪夷所思) — 특별히 깨달은 자라야 안다. (…) 인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잘 읽는 자가 훌륭한 사람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의 풀이
경문·소상전
六四. 渙其羣, 元吉. 渙有丘, 匪夷所思.
육사(六四). 그 무리를 흩어뜨리니 크게 아름답고 길하다. 환(渙)에 언덕이 있으니, 범인이 생각할 바가 아니다.
象曰: 渙其羣元吉, 光大也.
상전에 이르되, 그 무리를 흩어뜨리니 크게 길한 것은 그 공덕이 빛나고 큼이다.
정이천 『이천역전』
渙四五二爻, 義相須, 故通言之. 彖故曰上同也. 四巽順而正, 居大臣之位. 五剛中而正, 居君位. 君臣合力, 剛柔相濟, 以拯天下之渙者也. 方渙散之時, 用剛則不能使之懷附, 用柔則不足爲之依歸. 四以巽順之正道, 輔剛中正之君. 君臣同功, 所以能濟渙也. 天下渙散, 而能使之羣聚, 可謂大善之吉也.
환의 사효와 오효는 뜻이 서로 필요하니 통하여 말한 것이다. 단전에서 ’상동(上同)’이라 한 까닭이다. 사효는 손순하면서 바르니 대신의 자리에 거하고, 오효는 강중정하니 군위에 거한다. 군신이 합력하고 강유가 서로 도와 천하의 환을 구제하는 것이다. 환산의 때에 강만 쓰면 회유할 수 없고 유만 쓰면 의지하고 돌아갈 곳이 되기 부족하다. 사효가 손순의 바른 도로 강중정한 군을 보좌하니, 군신이 함께 공을 이루어 환을 구제할 수 있다. 천하가 흩어졌는데 능히 모아 무리 짓게 하니, 크게 아름다운 길함이라 이를 만하다.
渙有丘, 匪夷所思, 贊美之辭也. 丘, 聚之大也. 方渙散而能致其大聚, 其功甚大, 其事甚難, 其用至妙. 夷, 平常也. 非平常之見, 所能思及也. 非大賢智, 孰能如是?
’환유구 비이소사’는 찬미의 말이다. 구(丘)는 큰 모임이다. 흩어지는 한가운데에 능히 크게 모이게 하니, 그 공이 심히 크고 그 일이 심히 어렵고 그 쓰임이 지극히 묘하다. 이(夷)는 평상이니, 평상의 견식으로는 능히 생각이 미칠 수 없다. 대현과 대지가 아니면 누가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주자 『주역본의』
居陰得正, 上承九五, 當濟渙之任者也. 下无應與, 爲能散其朋黨之象. 占者如是, 則大善而吉. 又言能散其小羣以成大羣, 使所散者聚而若丘, 則非常人思慮之所及也.
음위에 거하여 바름을 얻고 위로 구오를 받드니, 환을 구제하는 임무를 맡은 자이다. 아래에 응과 짝이 없으니 능히 그 붕당을 흩어뜨리는 상이다. 점치는 자가 이와 같으면 크게 아름답고 길하다. 또 말하기를, 능히 그 소군(小羣)을 흩어뜨려 대군(大羣)을 이루어 흩어진 것이 모여 언덕과 같게 하면 이는 범인의 사려가 미칠 바가 아니다.
제가(諸家)의 풀이
소식(老蘇) — 주자가 전하되, 소식이 이르기를 “환의 육사에 ’환기군 원길’이라 했으니, 무리(羣)란 성인이 흩어뜨리려 하는 것이니 천하를 혼일(混一)하기 위함이다.” 이 설은 정전(程傳)도 미치지 못한 바이다. 정전의 설로 하면 ’군기환(羣其渙, 흩어진 것을 무리 짓는 것)’이지 ’환기군(渙其羣)’이 아니다. 인심이 흩어진 때에 각각 붕당을 이루어 혼일하지 못하는데, 오직 육사가 능히 소인의 사당(私羣)을 흩어뜨리고 천하의 공도를 이루니 이 때문에 원길이다. (原文: 朱子曰, 老蘇云, 渙之六四曰, 渙其羣元吉. 夫羣者, 聖人之所欲渙, 以混一天下者也. 此說, 雖程傳有所不及. 如程傳之說, 則是羣其渙, 非渙其羣也. 蓋當人心渙散之時, 各相朋黨, 不能混一. 惟六四能渙小人之私羣, 成天下之公道. 此所以元吉也.)
중계 장씨(中溪張氏) — 육사가 감체(坎體) 위에 나와 능히 구오의 군을 보좌하여 소인의 무리를 흩어뜨리니 원길이다. 그러나 소인의 무리가 흩어진 뒤에 바른 무리(衆正)가 모여 언덕과 같으니, 이것은 또한 어찌 평상의 사려가 미칠 바이겠는가! (原文: 中溪張氏曰, 六四出坎體之上, 能輔佐九五之君, 渙散小人之羣類. 所以元吉. 然於羣小渙散之後, 而衆正聚之若丘, 此又豈平常之思慮所能及哉?)
건안 구씨(建安丘氏) — 사효가 환리(渙離)의 때에 처하여 능히 아래의 사당에 빠지지 않고 위의 양강한 주군에 붙었다. 흩어뜨리는 것은 작고 모으는 것은 크니, 환을 구제하는 공이 이보다 성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효사에서 원길이라 칭하고 상전에서 광대라 찬한 것이다. (原文: 建安丘氏曰, 四處渙離之時, 能不溺於在下之私羣, 而上附乎陽剛之主. 所散者小而所聚者大. 濟渙之功, 莫盛於此. 故爻稱其元吉, 而象贊其光大也.)
운봉 호씨(雲峯胡氏) — 사효 아래에 응이 없으니 그 무리를 흩어뜨리는 상이다. 구(丘)는 호괘 간(艮)의 상이다. 이(夷)는 같음(等)이니 아래 두 음을 가리킨다. 환 괘에서 오직 이 효만이 크게 아름답고 길하니, 초·이·삼·상은 모두 부정(不正)하고 육사는 음유의 바름을, 구오는 양강의 바름을 얻었으며 사효가 오효에 가까이 있어 능히 군을 보좌하여 환을 구제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사오가 아래에 응이 없으니 모두 붕당을 흩어뜨리는 상이 있으나, 유독 사효에서 말한 것은 사효가 능히 그 붕당을 흩어뜨려 오효에 모아 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구(丘)는 모임의 높음이니 높으면 언덕이 되고 오효를 가리킨다. 평하면 이(夷)이니 아래 두 음을 가리킨다. 세 음 중 육사 한 음만 이와 같으니 두 음의 등이(等夷)가 미칠 바가 아니다. 풍(豐) 사효에서 ’이주(夷主)’라 한 것은 양이 양과 같다는 것이요, 여기서 ’비이(匪夷)’라 한 것은 음이 양과 같지 않다는 것이니, 공을 이루되 군신의 분수가 있는 것이다. (原文: 雲峯胡氏曰, 四下无應, 散其羣之象. 丘, 互艮象. 夷, 等也, 指下二陰而言. 渙惟此爻大善而吉. 蓋初二三上皆不正, 六四得陰柔之正, 九五得陽剛之正, 而四則近五, 能輔君以濟渙者也. 四五下无應, 皆有散其朋黨之象. 獨於四言之者, 四能散其朋而聚歸於五也. 丘, 聚之高也, 高則爲丘, 指五而言. 平則爲夷, 指下二陰而言. 三陰中六四一陰獨如此, 非二陰等夷所能及也. 豐四曰夷主, 陽與陽等. 此曰匪夷, 陰不與陽等也. 成功君臣之分也.)
임천 오씨(臨川吳氏) — 유한 무리를 버리고 강한 군을 받드니, 이것이 그 빛남(光輝)의 성대함이다. (原文: 臨川吳氏曰, 去柔羣而承剛君, 是其光輝之盛大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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