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구사(九四)는 상괘 진(震)의 맨 아래, 바깥세상에 들어선 첫 자리다. 양효가 음의 자리에 있으니 자리는 바르지 않고, 위로 응하는 짝도 없다(초효 역시 양이다). 그러나 강건한 양이 유순한 음자리에 처함은 오히려 부인의 도를 갖춘 상이니, 현명하고 바른 덕(賢正之德)을 지닌 여인이 귀하고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응하는 짝이 없어 혼기를 넘긴(愆期) 모습이다.
핵심은 그 늦음의 까닭이다. 정이천은 이것이 팔리지 않아 늦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다리는 바가 있어(自有待) 늦은 것이라 했다. 현명한 자질을 지녔으니 인지상정으로 맞이하려는 이가 많건마는, 좋은 배필을 얻기를 기다린 뒤에 간다(待佳配而後行). 주자 역시 현명한 여자가 가볍게 사람을 따르지 않고(賢女不輕從人) 시집갈 곳을 기다리는 상이라 하며, 이 효가 육삼(六三)과 정확히 상반된다고 못박았다.
육삼과 구사는 둘 다 자리를 잃고 응이 없지만 정반대의 길을 간다. 운봉 호씨의 말대로, 육삼은 응이 없음에 급히 사람을 따르려다 도리어 시녀로 전락하고, 구사는 응이 없어도 가볍게 따르지 않고 혼기를 넘겨 더디 간다. 음유하여 덕이 없는 자와 강건하여 현명한 자의 차이이니, 사람이 스스로 천해지고 스스로 귀해지는 것(自賤自貴)이 바로 이 갈림에 있다.
삶에의 적용
능력은 충분한데 좋은 기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때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러나 지금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서두른 선택을 피하고, 덕을 계속 쌓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구사의 자리다. 몸의 수련도 다르지 않다. 피로할 때 아무 운동이나 서둘러 하지 않고, 회복된 뒤 가장 효과적인 순간을 골라 움직이는 것이 현명한 수련법이다. 대련의 후발선지(後發先至)처럼 겉으로는 느려 보여도 안으로 폭발력을 응축하는 것, 그 기다림이 곧 가장 능동적인 힘이다.
훈장님의 풀이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九四는 양강이 상괘(높은 자리·음자리)에 있어 어질고 바르고 밝은 덕(賢正之德·賢明)을 지녔으나, 짝 初九가 같은 양이라 正應이 없어 시집갈 데를 못 얻어 혼기를 넘긴다(過時未嫁). '愆'은 허물(병듦)이나, 여기선 인격을 닦느라 늦은 것이라 허물로만 보지 않는다. 천천히 기다려 시집감에 때가 있다(遲歸有時) — 三효는 천하여 기다리고, 四효는 귀하여 기다린다.
늦은 까닭이 내게서 말미암지(由己) 너 때문이 아니다(不由彼) — "내가 네 짝 맞추려 세상에 태어났나, 아니다." 어진 여자는 좋은 짝을 가벼이 따르지 않고, 아름다운 짝을 기다린 뒤에 간다(待嘉偶而後行). 늙어 죽기 전엔 반드시 시집가니, 팔리지 못함이 아니다(非不售).
빨리 가면(인격 못 만들고) 도리어 늦은 것이요, 늦게 가면(인격 닦고) 도리어 빠른 것이다. (…) 小象에 '有待而行'이라 하니, 愆期의 뜻은 기다림이 있다가 좋은 때에 행함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정이천·주자·제가
경문(經文)
九四, 歸妹愆期, 遲歸有時.
구사는 여동생을 시집보내되 혼기를 넘겼으니, 더디 시집감에 때가 있다.
소상전(象傳)
象曰: 愆期之志, 有待而行也.
상에 말하기를, 혼기를 넘긴 뜻은 기다리는 바가 있어서 나아간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九以陽居四, 四上體地之高也. 陽剛在女子為正德, 賢明者也. 无正應, 未得其歸也. 過時未歸, 故云愆期. 女子居貴高之地, 有賢明之資, 人情所願娶, 故其愆期乃為有時, 葢自有待, 非不售也. 待得佳配而後行也.
9가 양으로써 4에 거하니 4효는 상괘의 높은 곳이다. 양강이 여자에게 있어서는 바른 덕이니 현명한 자이다. 정응이 없으니 아직 시집갈 곳을 얻지 못하였다. 때를 넘겨 시집가지 않았으므로 ’건기’라 하였다. 여자가 귀하고 높은 곳에 거하며 현명한 자질이 있으니 인지상정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자가 많다. 그러므로 혼기를 넘긴 것은 곧 때가 있어서이니, 대개 스스로 기다리는 바가 있는 것이지 팔리지 않은 것이 아니다. 좋은 배필을 얻기를 기다려 그 뒤에 간 것이다.
九居四, 雖不當位, 而處柔乃婦人之道. 以无應, 故為愆期之義. 而聖人推理以女賢而愆期, 葢有待也.
9가 4에 거하니 비록 자리는 마땅하지 않으나 유순한 곳에 처한 것은 곧 부인의 도이다. 응이 없으므로 혼기를 넘긴 뜻이 되었다. 성인이 이치를 미루어 여자가 현명하기에 혼기를 넘긴 것이라 하니, 대개 기다리는 바가 있는 것이다.
주자『주역본의』
九四以陽居上體而无正應, 賢女不輕從人而愆期以待所歸之象. 正與六三相反.
구사가 양으로써 상괘에 거하면서 정응이 없으니, 현명한 여자가 가볍게 사람을 따르지 않고 혼기를 넘겨 시집갈 곳을 기다리는 상이다. 정확히 육삼과 상반된다.
절초 제씨(節初齊氏)
九四正歸妹者也, 而曰歸妹愆期. 剛履柔而能從容俟時以全其妹之正者也. 詩曰: 士如歸妻, 迨冰未泮. 故家語云: 霜降多婚, 冰泮殺止. 震則冰泮矣, 而猶曰遲歸有時, 非愆期乎?
구사는 바로 귀매를 행하는 자인데 ’건기’라 하였다. 강이 유를 밟으면서 능히 여유롭게 때를 기다려 그 여동생의 바름을 온전히 하는 자이다. 『시경』에 “선비가 만약 아내를 맞이하려면 얼음이 녹기 전에 하라”고 했고, 『공자가어』에 “서리가 내리면 혼인이 많고 얼음이 녹으면 그친다”고 했다. 진이면 얼음이 녹았는데도 오히려 ’더디 시집감에 때가 있다’고 했으니, 혼기를 넘긴 것이 아니겠는가?
융산 이씨(隆山李氏)
三四雖无應, 而震兌終相合, 故曰遲歸有時.
3효와 4효가 비록 응이 없으나 진과 태가 마침내 서로 합하므로 ’더디 시집감에 때가 있다’고 한 것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六三九四皆失位无應. 三以其无應也, 急於從人而反歸以娣. 四雖无應, 不輕從人而愆期遲歸. 何其相反如此之甚哉? 三陰柔不中正, 為无女德者. 四剛健, 在女則為賢明有德者也. 士之自賤自貴如之.
육삼과 구사가 모두 자리를 잃고 응이 없다. 3효는 응이 없음에 급히 사람을 따르려다 돌이켜 시녀가 되었고, 4효는 비록 응이 없으나 가볍게 사람을 따르지 않고 혼기를 넘겨 더디 시집간다. 어찌 그 상반됨이 이토록 심한가? 3효는 음유하여 중정을 얻지 못하니 여자로서의 덕이 없는 자요, 4효는 강건하니 여자에게 있어서는 현명하고 덕이 있는 자이다. 선비가 스스로 천해지고 스스로 귀해지는 것이 이와 같다.
출전: 주역전의대전(정이천『이천역전』·주자『주역본의』·제가 잔주). 훈장님의 풀이는 허곡(장병호) 선생님 금요주역 강의 정리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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