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효
구이는 하괘 손(巽)의 중앙에 자리한,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겸한 실무자의 효다. 양강한 힘을 지녔으되 음의 자리에서 중(中)을 얻어,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놓치지 않는다. 그 바로 아래에서 이제 막 스멀스멀 올라온 유일한 음효 초육이 있다. 초육은 구(姤) 괘 전체가 경계하는 “처음 난 한 음”, 곧 아직은 미약하나 장차 자라 다섯 양을 위협할 씨앗이다. 구이는 그 씨앗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자리에 있다.
효사는 이 관계를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다(包有魚)“고 그린다. 물고기는 음물(陰物) 가운데 아름다운 것, 곧 매혹적인 초육을 가리킨다. 정이천은 구이가 초육을 “굳게 가두어 기르기를(固畜) 마치 꾸러미에 물고기를 싼 것처럼” 한다면 허물이 없다고 풀었다. 주자는 이를 방역의 상으로 읽는다. 제압하는 힘이 나 자신에게 있으니(制之在己) 허물이 없으나, 만약 제압하지 않아 초육이 다른 뭇 양과 두루 만나게 놓아두면 그 해로움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不利賓)’는 뒷구절이 핵심을 죈다. 손님이란 밖에서 오는 자, 특히 초육과 본래 정응(正應)인 구사다. 만남의 도는 오로지 하나 됨(專一)을 위주로 하니, 마음이 둘로 갈리면 잡스러워진다. 운봉 호씨는 여기서 준엄한 경고를 얹는다. 구이가 제압하지 않으면 “구(姤)의 물고기 한 마리가 장차 박(剝)의 꿴 물고기 다섯 마리로 커져 버린다”고. 미약할 때 붙들지 않으면 소인은 무리를 이루어 온 세상을 뒤덮는다.
삶에의 적용
몸으로 이 효를 새기면, 그것은 “먼저, 조용히, 온전히”의 수련이다. 내 안에서 이제 막 고개를 든 나쁜 습(習) — 게으름의 첫 신호, 남을 험담하고 싶은 한 생각, 남몰래 생긴 이익을 떠벌리고 싶은 충동 — 은 아직 여윈 물고기처럼 작다. 그러나 방치하면 밖으로 번져 무리를 이룬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요란한 처벌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내가 그 자리에서 조용히 품어 가두는 일이다. 입을 무겁게 닫고 사방에 냄새를 풍기지 않으며, 그 하나에 마음을 오롯이 하는 전일(專一)의 고요한 집중. 태극의 합(合)이 상대의 힘을 밀어내지 않고 품 안에서 소멸시키듯, 마음의 유혹도 밖으로 흩어 키우지 말고 안에서 다스려야 한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九二가 한아름 품에 물고기(初六, 음의 아름다운 것)를 안으면(包有魚) 허물이 없으나(无咎), 손님에겐 이롭지 못하다(不利賓). 九二와 初六은 친비(가까운 이웃)라 막을 수 있어 제재가 九二에 있으니 — 품 안에 두면 위로 못 올라가 양들이 피해를 안 본다. 그러나 위의 손님들(특히 正應인 九四)은 그 음을 못 가지니 이롭지 못하다.
初六은 본디 九四와 正應(천생연분)이나, 가까운 九二가 먼저 만나 차지한다(先得在近) — 만남의 도는 오로지 하나라야 하니(遇道當專一), 둘에 마음을 두면 섞인다(二則雜). (…) 정상적 혼인이 아닌 우연한 만남(姤)이라, 한 번 맺었으면 그것으로 끝내야지 다시 남에게 보내면 사람을 물건 취급함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의 풀이
경문(爻辭)
九二, 包有魚, 无咎, 不利賓.
구이는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으니, 허물이 없다.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
상전(象傳)
象曰: 包有魚, 義不及賓也.
상에 말하기를,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다 함은 의리상 손님에게 미쳐서는(내어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이천『이천역전』
姤遇也, 二與初密比, 相遇者也. 在他卦則初正應於四, 在姤則以遇爲重, 相遇之道主於專一.
구는 만남이다. 이효는 초효와 밀접하게 친비하니 서로 만나는 자이다. 다른 괘라면 초효는 사효와 정응하지만, 구 괘에서는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니, 서로 만나는 도는 오로지 하나 됨(專一)을 위주로 한다.
包者, 苴裹也. 魚, 隂物之美者. (…) 二於初若能固畜之, 如包苴之有魚, 則於遇爲无咎矣.
포(包)는 띠풀로 싸서 꾸러미를 만드는 것이다. 물고기는 음물 중 아름다운 것이다. 이효가 초효를 능히 굳게 가두어 기르기를 마치 꾸러미에 물고기를 싼 것처럼 한다면, 만남에 있어 허물이 없는 것이 된다.
賓, 外来者也. 不利賓, 包苴之魚豈能及賓? 謂不可更及外人也. 遇道當專一, 二則雜矣.
빈(賓)은 밖에서 오는 자이다. ‘손님에게 불리하다’ 함은, 꾸러미에 싼 물고기를 어찌 손님에게 미치게 할 수 있겠는가, 다시는 바깥사람에게 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만남의 도는 마땅히 전일해야 하니, 마음이 둘로 나뉘면 잡스럽다.
주자『주역본의』
魚, 隂物. 二與初遇, 爲包有魚之象. 然制之在已, 故猶可以无咎. 若不制而使遇於衆, 則其爲害廣矣. 故其象占如此.
물고기는 음의 물건이다. 이효와 초효가 만나니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는 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제압하는 것이 자기(이효)에게 있으므로 오히려 허물이 없다. 만약 제압하지 않아 무리와 만나게 놓아두면 그 해로움이 넓어진다. 그러므로 그 상과 점이 이와 같다.
중계 장씨(中溪張氏)
魚隂物之美者, 指初六也. 初與四爲正應, 魚本四之有也. 今九二先與初遇, 以陽納隂包而有之, 則二爲主而四爲賓矣. 此豈四之利乎? 故曰不利賓.
물고기는 초육을 가리킨다. 초효와 사효가 정응이니 물고기는 본래 사효가 소유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구이가 먼저 초효와 만나 양으로 음을 들여 꾸러미에 싸서 가졌으니, 이효가 주인이 되고 사효가 손님이 된 것이다. 이것이 어찌 사효에게 이롭겠는가. 그러므로 ’손님에게 불리하다’고 했다.
當遇之時, 二近四逺, 一隂不能兼二陽. 揆之於義, 則不及賓也. 譬衆漁之取魚, 先至者一舉網而得之, 後至者雖善漁而利不彼及矣.
만남의 때를 당하여 이효는 가깝고 사효는 머니, 하나의 음이 두 양을 겸할 수 없다. 의리로 헤아리면 손님에게 미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여러 어부가 물고기를 잡음에 먼저 온 자가 한 번에 그물을 쳐서 잡으면, 늦게 온 자는 비록 어부질을 잘하더라도 이익이 그에게 미치지 않는 것과 같다.
판씨(潘氏)
二既有魚, 則不利於四. 反指爲賓而不及之, 故四无魚也.
이효가 이미 물고기를 가졌으므로 사효에게 불리하다. 도리어 사효를 손님으로 지목하여 물고기가 미치지 않게 하였으므로, 사효는 ’물고기가 없다’고 한 것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剝五隂曰貫魚, 姤一隂故但曰魚. 包, 如包苴之包, 容之于内而制之, 使不得逸於外也. 二與初遇, 制之猶可以无咎; 若不制而使遇於衆, 姤之有魚將爲剝之貫魚矣! 吁, 可畏哉!
박 괘는 다섯 음이므로 ’꿴 물고기(貫魚)’라 했고, 구 괘는 한 음이므로 단지 ’물고기’라 했다. 포는 꾸러미의 ’싸다’는 뜻이니, 안으로 용납하여 제압함으로써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효가 초효와 만나 제압하면 오히려 허물이 없다. 만약 제압하지 않아 무리와 만나게 놓아두면, 구의 물고기 한 마리가 장차 박의 꿴 물고기 다섯 마리로 커져 버릴 것이다. 아아, 가히 두렵도다.
或曰: 初應在四, 二豈能包之? 曰: 卦以遇合之. 女未嘗擇配也. 二近而先斯得之矣.
혹자가 묻기를 “초효의 응은 사효에 있는데 이효가 어찌 능히 꾸러미에 쌀 수 있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이 괘는 만남으로써 합한 것이라, 여자는 일찍이 자기 짝을 선택하지 못한다. 이효가 가깝고 또 먼저 하였기에 이를 얻은 것이다.”
이씨 개(李氏開)
剝之貫魚, 姤之包有魚, 皆陽能制隂者也. 故剝六五无不利, 而此亦无咎.
박 괘의 관어와 구 괘의 포유어는 모두 양이 능히 음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 육오가 이롭지 않음이 없고, 이 효 또한 허물이 없다.
식재 여씨(息齋余氏)
姤九二包有魚无咎不利賓, 當如程傳, 即三人行損一人之意.
구 구이의 ’포유어 무구 불리빈’은 마땅히 정전과 같이 “세 사람이 길을 가면 한 사람을 덜어낸다”(손괘 육삼 효사)는 뜻이다.
출전: 주역전의대전 — 정이천『이천역전』, 주자『주역본의』, 중계 장씨·판씨·운봉 호씨·이씨 개·식재 여씨 잔주.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