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구삼은 하괘 건(乾)의 맨 꼭대기에 놓인 양효다. 얼굴에 불거진 광대뼈(頄)에 힘이 잔뜩 들어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이다. 다섯 양(陽)이 위의 한 음(陰)인 상육(上六)을 몰아내려는 결단의 때에, 구삼은 미움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빛에 살기를 띤다. 주자(朱子)는 이를 두고 “강하고 건장함이 얼굴에 드러나면 흉한 도가 있다”고 했다.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안색에 드러나는 순간, 상대는 그것을 알아채고 도리어 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다 내보이는 자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친다.
더 어려운 것은 구삼의 자리다. 다섯 양 가운데 유독 구삼만이 제거해야 할 상육과 정응(正應)으로 끈이 닿아 있다. 겉으로 보면 홀로 적장과 비를 맞으며 밀회하는 내통자다(“獨行遇雨”). 동지들은 그를 배신자라 여겨 원망하고 침을 뱉는다(“若濡有慍”). 흙탕물 같은 오해를 혼자 뒤집어쓰는 처지다. 원(元)나라 역학자 호병문(雲峰胡氏)은 이 대목에 “길하다(吉)“는 말이 없는 까닭을 짚었다. 홀로 음에 응하니 젖지 않을 수 없고, 동지들의 노여움을 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허물이 없는 것은 “군자쾌쾌(君子夬夬)” — 결단할 것을 과감히 결단하기 때문이다. 형세상 상육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으나, 그 마음은 이미 사사로운 정을 끊기로 결단했다. 주자는 이를 한나라 왕윤(王允)이 동탁에게 겉으로 아부하며 속여서 목을 친 고사에 견주었다. 부드럽고 조화롭게 다가가되(和柔) 끝내 결단하는 것 — 얼굴로 싸우지 않는 자의 지혜다.
삶에의 적용
오해를 견디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이다. 억울함이 치밀 때 가장 먼저 떨리는 곳이 턱과 광대뼈의 근육이다. 극도로 혐오스러운 사람, 분노의 상황 앞에서 얼굴 근육의 긴장도를 점검하라. 근육이 떨린다면 즉시 호흡을 내려 안면을 이완시켜라. 속으로는 뜻을 세우되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는 신경계의 분리 — 이것이 몸으로 익히는 시중(時中)이다. 대련에서 승부욕에 얼굴을 붉히고 어깨를 부풀리면 상대는 내 공격을 다 읽는다. 억지로라도 힘을 풀고 들어가야 결정적 한 수가 산다. 군자의 시간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끝을 보는 하루에 맞춰져 있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壯于頄' — 광대뼈(頄, 관골)에 힘이 잔뜩 들어가 감정이 드러난다. 사람은 힘을 쓰면 광대뼈가 가장 빨리 색깔이 변하니 — 미워하는 마음(上六을 미워함)이 안색에 드러나면(現於面目), 상대가 그것을 알아 도리어 의심하므로 흉하다(有凶). 三효는 乾體(1·2·3) 상단·강과중(剛過中)이라 — 다섯 양 가운데 홀로 上六과 정응(正應, 천생연분·私情)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양들과 함께 못 가고 홀로 上六에게로 사사로운 정에 끌려간다(獨行).
'獨行遇雨' — 홀로 上六에게 가서 음양이 화합하니(雨=음양의 화합·사랑), 비에 젖듯 사사로운 정에 빠진다. 그러나 '君子夬夬' — 군자는 결단할 것을 과감히 결단하여 사사로운 정을 끊는다. '若濡有慍 无咎' — 비에 젖어 노여움을 사는 듯해도, 사사로움에 묶이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 소인은 '천생연분인데 어찌 정을 떼랴' 하여 정에 묶여 망하나 — 군자는 정을 끊을 줄 아니, 정에 묶이면 나쁜 놈(소인)이 되고 판단력으로 끊으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
성인이라 하여 늘 성인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다 — 성인도 때로는 소인이 되고, 정든 사람이 되니, 오직 판단할 때만 성인의 기질이 나온다. (…) 성인도 가면을 쓰고 위장할 줄 알아야 하니 — 무조건 진실한 것이 진실이 아니다. 정으로만은 못 사니, 인간도 동물이라 잔인할 수 있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정이천·주자·제가
효사(爻辭)
九三,壯于頄,有凶。君子夬夬,獨行遇雨,若濡有慍,无咎。
구삼은 광대뼈에 건장함이니(얼굴에 화를 띠니) 흉함이 있다. 군자가 결단하고 결단하여, 홀로 가다가 비를 만나, 젖은 듯하여 (동지들에게) 노여움을 사더라도, 허물이 없다.
소상전(小象傳)
象曰:君子夬夬,終无咎也。
상(象)에 말하기를, 군자가 결단하고 결단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는 것이다.
정이천(程伊川) 『이천역전』
傳:爻辭差錯,安定胡公移其文曰「壯于頄有凶獨行遇雨若濡有慍君子夬夬无咎」亦未安也。當云「壯于頄有凶獨行遇雨君子夬夬若濡有慍无咎」。
정이천은 효사의 문장이 뒤섞였다고 보아 순서를 재배열하여 설명하려 했으나, 주자 및 다수의 후대 학자들은 기존 원문의 배열대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본 해설은 주자의 본의를 중심으로 전개함.)
주자(朱子) 『주역본의』
本義:頄,顴也。九三當決之時,以剛而過乎中,是欲決小人,而剛壯見于面目也。如是則有凶道矣。然在衆陽之中,獨與上六為應,若能果決其決,不係私愛,則雖合於上六如獨行遇雨,至於若濡而為君子所慍,然終必能決去小人而无所咎也。
’규(頄)’는 광대뼈다. 구삼이 결단하는 때를 당하여 강(剛)으로서 중(中)을 지나쳤으니, 소인을 결단해 내고자 함에 그 강하고 건장함이 얼굴에 드러난다. 이와 같이 하면 흉한 도가 있다. 그러나 뭇 양들 가운데 홀로 상육과 응이 되니, 만약 능히 과감하게 결단하여 사사로운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비록 상육과 합함이 ‘홀로 가다 비를 만난 것’ 같고 ‘젖어서 군자들에게 원망을 사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마침내는 반드시 소인을 결단하여 제거할 것이니 허물이 없다.
或問九三壯于頄。朱子曰:君子之去小人,不必悻悻然見于面目。(…)如王允之於董卓,温嶠之於王敦,是也。
혹자가 ’장우규’를 묻자 주자가 답하기를: 군자가 소인을 제거함에 성을 내며 얼굴에 드러낼 필요가 없다. (거짓으로 아부하다) 비를 만나 젖게 되어 뭇 양에게 원망을 사더라도, 그 뜻이 소인을 결단하는 데 있으니 반드시 마침내 제거할 수 있다. 부드럽고 조화롭게(和柔) 그를 제거하면 허물이 없다. 왕윤(王允)이 동탁에게 한 것과, 온교(溫嶠)가 왕돈에게 한 것이 이것이다.
有愠也,是自不能堪。正如顔杲卿使安禄山受其衣服,至道間與其徒曰:「吾軰何為服此!」歸而借兵伐之,正類此也。
동지들의 원망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당나라 안고경(顏杲卿)이 사신으로 가서 반란군 안록산(安祿山)이 준 의복을 거짓으로 받고는, 돌아오는 길에 무리에게 ‘우리가 어찌 이것을 입을 수 있겠는가!’ 하고 옷을 찢은 뒤, 돌아와 군대를 빌려 그를 정벌한 것과 같다.
제가(諸家)의 주석
童溪王氏曰:壯于頄,聖人戒剛也。居乾健之極,而疾惡之心見於顔色,此凶之道也。何則?小人我疑也。小人我疑,君子之祻至矣。
동계 왕씨: ’장우규’는 성인이 강함을 경계하신 것이다. 건건(乾健)의 극치에 거하여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얼굴색에 드러나니 흉한 길이다. 어째서인가? 소인이 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소인이 나를 의심하면 군자의 화가 닥친다.
建安丘氏曰:復六四處五隂之中,與初九應,故爻言「獨復」。夬九三處五陽之中,與上六應,故爻言「獨行」。獨者,違衆而自立之辭也。
건안 구씨: 복(復)괘의 육사는 다섯 음 가운데 처하여 아래 초구와 응하므로 ’홀로 돌아온다(獨復)’고 했고, 쾌(夬)괘의 구삼은 다섯 양 가운데 처하여 위 상육과 응하므로 ’홀로 간다(獨行)’고 했다. ’독(獨)’이란 무리와 어긋나 스스로 서는 말이다.
誠齋楊氏曰:九三處五陽衆君子之林,而獨與上六一小人為正應,此小人之諜也。(…)決然舎小人從君子,无咎之道也。
성재 양씨: 구삼이 다섯 양의 군자 수풀 속에 처하여 유독 상육 한 소인과 정응이 되니, 이는 소인의 첩자인 셈이다. 흉함을 취하는 것도, 허물없음을 취하는 것도 너에게 달렸다. 결단코 소인을 버리고 군자를 따르면 허물이 없는 길이다.
臨川吴氏曰:君子之夬夬也,雖和次柔,而終能決去之,故无咎。與壯而有凶者異矣。
임천 오씨: 군자의 ’결단하고 결단함’은 비록 유(상육)에 조화롭게 다가가지만 마침내 능히 그를 제거하므로 허물이 없다. 얼굴에 드러내어 건장하게 굴다 흉함을 당하는 것과 다르다.
雲峰胡氏曰:夬夬二字,則聖人深勉九三之辭。(…)夬之時亦陽求隂也,曰遇雨而不曰吉者,當衆陽之中而獨應乎隂,不能不為隂所濡,不能不為陽所愠矣。然君子果能決其夬,不牽於私應,則雖遇雨若濡有愠,而猶可以无咎矣。
운봉 호씨: ‘쾌쾌(夬夬)’ 두 글자는 성인이 깊이 구삼을 권면하신 말씀이다. 규(睽)의 때에는 ’비를 만나면 길하다’고 했으나, 쾌의 때에는 ’비를 만난다’고만 하고 ’길하다’고 하지 않았다. 뭇 양 가운데 홀로 음에 응하니 음에게 젖지 않을 수 없고 양에게 노여움을 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자가 과연 그 결단을 결단하여 사사로운 응함에 끌려가지 않으면, 비록 젖은 듯 원망을 사더라도 오히려 허물이 없을 수 있다.
厚齋馮氏曰:(…)咸合六爻取象,猶剥艮之類也。夬分二體為象,猶大過鼎之類也。故三在下卦上為頄,四在上卦下為臀,六爻不相蒙也。(…)此易之所以為易,而不可一說定也。
후재 풍씨: 함(咸)괘는 여섯 효를 합하여 상을 취했으나, 쾌(夬)괘는 두 체를 나누어 상을 취했다. 그러므로 삼효는 하괘의 위에 있어 광대뼈(頄)가 되고, 사효는 상괘의 아래에 있어 엉덩이(臀)가 된 것이니, 여섯 효가 서로 덮어 씌워진 것이 아니다. 이것이 역(易)이 역인 까닭이니, 한 가지 말로 정해지지 않는다.
출전: 주역전의대전(정이천『이천역전』·주자『주역본의』·제가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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