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雷益 · 64괘 사전

六三 — 익지용흉사, 무구

六三,益之用凶事,无咎。有孚中行,告公用圭。
위험이나 재난에 직면삼효, 음유가 양위에 거함 (부적합)상효와 정응 관계위기·권도

오늘의 자리

육삼은 하괘 진(震)의 맨 꼭대기, 아랫사람을 다스리며 윗사람과 소통하는 중간 관리자의 자리다. 음효가 양의 자리에 있으니, 본래 성품은 유약하나 위기의 순간에 자리의 기운과 움직임의 끝을 빌려 단호하게 나선다. 나라에 큰 흉년이나 재난이 닥쳐 백성이 굶어 죽어 가는데, 조정에 보고하고 허락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육삼은 스스로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눈다. 엄청난 월권이지만, 그 마음이 백성을 살리려는 진심에 바탕을 두고 선을 넘지 않았다면, 그 진정성이 옥으로 만든 홀처럼 투명하게 증명되어 결국 허물이 없다.

효사가 말하는 것은 두 겹이다. 하나는 흉한 일, 곧 환난과 비상사태에만 이 결단이 허락된다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아랫사람이 위의 허락 없이 나라의 재산을 푸는 것은 반역이요 월권이다. 오직 사태가 절박하여 몸을 돌보지 않고 백성을 감싸야 할 때에만 허물이 없다. 다른 하나는 그 결단에 반드시 진실한 믿음이 있고, 하는 바가 중도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스러운 뜻이 있더라도 중도에 어긋나면 안 되고, 중도에 맞더라도 백성을 사랑하는 지극한 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규(圭)를 쓴다. 규는 믿음을 통하게 하는 물건이다. 사신이 임금에게 나아갈 때 규옥을 잡아 그 성실한 믿음을 통달하게 하듯, 육삼의 결단도 결국은 속마음의 믿음을 위에 전하는 데 있다. 절차의 흠결을 덮는 것은 힘이나 변명이 아니라, 옥처럼 맑아 감출 것이 없는 진심이다.

삶에의 적용

현장의 불부터 꺼야 할 순간이 있다. 규정을 지키며 기다리는 것은 훌륭한 회사원이지만, 위기를 구하는 자의 때 맞춤(時中)은 아니다. 그러나 이 효가 서늘하게 일러 주는 것은, 월권을 정당화하는 힘이 결단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순도라는 점이다. 사심이 1%라도 끼면 그 결단은 자신을 죽인다. 몸으로 옮겨 보면, 부러진 뼈 자리에 칼슘이 모여 이전보다 단단해지듯 시련은 성장의 연료가 된다. 다만 그 단단함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지금의 흉사를 나를 벼리는 고강도 단련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에서 온다. 결단한 뒤에는 다시 본래의 부드러움과 중도로 돌아와야 살기가 지워진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六三은 음효가 양자리에 있어(부당) 하괘(震)의 끝·움직이는 中(3·4효)에 거하니 자리가 불안하고 건방질 수 있다. 그래서 益을 받되 정상적인 좋은 일에는 못 받고, 흉한 일(用凶事)에만 쓴다 — 환란·비상의 일에 쓰면 허물이 없거니와(无咎), 성공해야 허물이 없고 성공 못하면 죽는다.

한나라 급암이 흉년에 임금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창고를 열어(發倉廩) 굶주린 백성을 구한 일(賑救)이 '益之用凶事'다 — 죽어가는 백성이 많은데 어찌 명령을 기다리랴,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 비상시엔 권도(權道)요 평상시엔 정도(正道)이니 — 주역은 방법을 고정해 두면 주역이 아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권도로 움직여야 한다. (…) 죽을 일도 죽을 병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출구가 보이고, 처음부터 거부하면 출구가 안 보인다 — 益之用凶事는 절망 속에 희망을 찾으라는 말이다(極→出).

자리가 위험하니(三은 不中·부당)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 반드시 제 안에 믿음을 두고(有孚) 중도로 행해야 하며(中行, 어느 쪽에도 안 기울고 급한 것부터), 임금에게 고하여(告公) 신표(圭, 인감도장)를 써서(用圭) '내가 이 일을 책임지고 성공시키겠다'는 믿음을 확실히 보여야 한다. 圭(옥규)는 통신의 물건(通信之物)이라, 옛날 임금·신하·사신이 큰일·외교에 믿음을 통하던 표(信標)이니 — 지금의 인감도장·사인 같은 것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정이천·주자·제가

경문

六三,益之用凶事,无咎。有孚中行,告公用圭。

육삼은 흉한 일(재난)에 보탬을 쓰면 허물이 없다. 진실한 믿음이 있고 중도로 행하면, 공(군주)에게 보고함에 규(옥 홀)를 쓸 것이다.

象曰:益用凶事,固有之也。

상전에 이르기를, 흉한 일에 보탬을 쓰는 것은 진실로 사태가 절박하여 스스로 그 결단을 가진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六居下體之上,在民上者也,乃守令也。居陽,應剛,處動之極。居民上而剛決,果於為益者也。果於為益,用之凶事則无咎。凶事,謂患難非常之事。

육(음)은 하체의 위에 거하니 백성 위에 있는 자요 곧 지방의 수령이다. 양자리에 거하고 강에 응하며 움직임의 끝에 처했다. 백성 위에 있으면서 강하게 결단하니 과감하게 보태주는 자다. 과감하게 보태주는 것은 흉한 일에 써야만 허물이 없다. 흉사란 환난과 비상사태를 이른다.

唯於患難非常之事,則可量宜應卒,奮不顧身,力庇其民,故无咎也。雖當凶難以義在可為,然必有其孚誠,而所為合於中道,則誠意通於上,而上信與之矣。

오직 환난의 비상사태에서는 마땅함을 헤아려 급박함에 대응하여 몸을 돌보지 않고 분발해 그 백성을 감싸야 하므로 허물이 없다. 비록 흉난을 당해 의리상 해야 할 일이더라도 반드시 진실한 믿음이 있고 하는 바가 중도에 합해야 진실한 뜻이 위에 통하여 위에서 그를 믿어준다.

圭者,通信之物。凡祭祀朝聘用圭玉,所以通達誠信也。有誠孚而得中道,則能使上信之,是猶告公上用圭玉也。

규는 믿음을 통하게 하는 물건이다. 무릇 제사와 조회, 빙문에 규옥을 쓰는 것은 그 성실한 믿음을 통달하게 하는 까닭이다. 진실한 믿음이 있고 중도를 얻으면 능히 윗사람이 그를 믿게 하니, 이는 마치 공에게 보고함에 규옥을 쓰는 것과 같다.

상전 해설(정이천)

六三益之,獨可用於凶事者,以其固有之也。乃處急難變故之權宜,故得无咎。若平時則不可也。

육삼이 마음대로 보태주는 것은 유독 흉사에만 쓸 수 있으니, 그것을 진실로 자기가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급한 환난과 변고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므로 허물이 없다. 만약 평상시라면 불가하다.

주자『주역본의』

六三隂柔,不中不正,不當得益者也。然當益下之時,居下之上,故有益之以凶事者,蓋警戒震動乃所以益之也。占者如此,然後可以无咎。又戒以有孚中行,而告公用圭也。用圭,所以通信。

육삼은 음유하고 부중부정하여 마땅히 보탬을 얻을 자가 아니다. 그러나 아래를 보태주는 때를 당해 하괘의 위에 거하였으므로, 흉사로써 그를 보태준다는 것이니 대개 경계하고 진동시킴이 곧 그를 보태주는 까닭이다. 점치는 자가 이와 같이 한 뒤에야 허물이 없다. 또 유부중행과 고공용규로써 경계하였다. 규를 쓴다는 것은 믿음을 통하게 하는 까닭이다.

朱子曰:益之用凶事,猶書言「用降我凶徳,嘉績于朕邦」。

주자가 말하기를, 익지용흉사는 서경에 ’나에게 흉한 덕을 내리시어 나의 나라에 아름다운 공적을 세우게 하셨다’고 말한 것과 같다.

제가(諸家)

임율(林氏栗): 흉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전염병이나 질병의 정사, 죽음과 초상의 예, 군대와 무기의 일이다. 흉년이 든 해를 흉이라 한다. 지금 익의 때에 위를 덜어 아래를 보태니 아마도 흉년과 질병이 돌 때의 정사일 것이다.

융산 이씨(隆山李氏): 주례에 곡식을 쌓아두어 흉년에 대비하고 흉년의 예법으로 질병을 슬퍼하며 혹은 요역을 늦춰주고 세금을 면제하니, 모두 위에서 취할 것을 덜어 아래의 흉년을 당한 백성을 보태주는 것이다.

판씨(潘氏): 급암이 임의로 관아의 창고를 열어 굶주린 백성을 구한 것이 익지용흉사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서계 이씨(西溪李氏): 아래의 위에 거하여 백성의 어른이 되어 군주의 명을 받들어 백성에게 보탬을 주는 자다. 흉년이 든 해에는 마땅히 창고를 열어 진휼해야 하니 이는 비상사태의 조치다. 유부중행은 진실로 마음에 자신이 있다면 참작하여 중도로 행함이요, 규를 써서 공에게 보고함은 바로 급암이 하내에서 창고를 열고 보고한 일과 똑같다.

잠재 호씨(潛齋胡氏): 주례에 진규(珍圭)로써 수령들을 소집하여 흉년을 구휼한다 하였다. 정현은 사람을 시켜 제후를 부르거나 흉년을 걱정할 때 이 옥을 주어 보내어 왕명을 이르게 한다고 하였다.

절재 채씨(節齋蔡氏): 흉사는 맹자가 말한, 하늘이 큰일을 맡기기 전 마음을 곤란하게 하고 생각을 저울질하게 하는 일이다. 규는 그 속마음의 믿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니, 공에게 보고함이 겉으로 드러나나 쓰는 바는 오직 속마음의 믿음을 통하게 하는 데 있을 뿐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3효는 흉함이 많은 자리에 처하여 흉사로써 그를 보태준다 함은, 마음을 곤란하게 하고 생각을 저울질하게 함이 곧 그가 능하지 못한 바를 더욱 보태주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익 괘의 효 중에 오직 3효와 상효만이 흉을 말했는데, 상효의 흉은 자초한 것이고 3효의 흉은 하늘이 그에게 보태준 것이니,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보탬이다.

출전: 주역전의대전(정이천『이천역전』·주자『주역본의』·제가 잔주).

이 효가 動하면風火家人(37번 괘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