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재앙, 무망지재
육삼(六三)은 주역에서 가장 억울한 장면을 담고 있다. 누군가 길가에 소를 매어 두었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소를 끌고 가버린다. 그런데 정작 소도둑으로 몰려 심문을 당하는 이는 그 마을 사람이다. 나그네는 웃으며 이득을 챙기고,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읍인은 재앙을 뒤집어쓴다. 효사가 말하는 무망지재(无妄之災), 곧 “뜻하지 않은 재앙”이다.
정이천은 이 장면을 잃음과 얻음이 짝을 이루는 이치로 읽는다. 망령되이 얻은 이득에는 반드시 그만한 손실이 따르니, 나그네의 횡재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담보로 한 것이다. “망령되이 얻은 복에는 재앙 또한 따른다”는 말이 그 핵심이다. 그러므로 쉽게 얻으려는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 재앙으로 돌아온다. 주자『주역본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효가 처신에서 바름을 얻지 못했기에(不得正) 까닭 없이 재앙을 만난다고 본다. 가만히 있어도 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나 제가(諸家)의 결론은 단순한 체념으로 흐르지 않는다. 쌍호 호씨는 “그 재앙은 뜻밖의 것이지만, 또한 그 바르지 못함이 초래한 것”이라고 짚는다. 만약 이 자리가 바름을 얻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운봉 호씨는 중정한 육이(六二)가 뜻밖의 복을 누리는 것과 대비시킨다. 같은 우연이 육이에게는 복이 되고 육삼에게는 화가 된다. 차이는 운이 아니라 자리에 있다. 세상의 불운은 무작위로 날아다니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꽂히는가는 누가 가장 취약한 자리에 서 있는가에 달려 있다.
삶에 들일 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솟는 것은 “나는 죄가 없는데 왜”라는 항변이다. 그 감정은 정당하지만, 거기에만 머물면 힘을 소모할 뿐 자리는 바뀌지 않는다. 육삼이 우리에게 청하는 것은 원망을 호소하는 대신 자신이 선 자리를 점검하는 일이다. 지금 나는 사고 나기 딱 좋은 위치에 있지는 않은가. 무리한 곳, 보호받지 못하는 관계, 힘이 기운 자리에 서 있지는 않은가. 몸을 다루는 수련도 이와 다르지 않다. 흐트러진 중심으로 서 있으면 작은 밀침에도 무너지지만, 뿌리를 내리고 바르게 선 몸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도 견딘다. 억울함을 피하는 길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있지 않고, 매일 조금씩 자세를 바르게 하고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의 풀이
경문(經文)
六三,无妄之災。或繫之牛,行人之得,邑人之災。
육삼은 뜻하지 않은 재앙이다. 혹자가 소를 매어 놓았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얻는 것이 고을 사람에게는 재앙이 된다.
소상전(象傳)
象曰:行人得牛,邑人災也。
상전에 이르길, ’나그네가 소를 얻음’이 곧 ’읍 사람의 재앙’이 된다.
정이천『이천역전』
三以隂柔而不中正,是為妄者也。又志應於上,欲也,亦妄也。在无妄之道,為災害也。
육삼은 음유(隂柔)로서 중정하지 못하니 곧 망령된 자이다. 또한 뜻이 상효에 응하니 이것은 욕심이요 또한 망령됨이다. 무망의 도에 있어서는 재해가 된다.
人之妄動,由有欲也。妄動而得,亦必有失。雖使得其所利,其動而妄,失已大矣,况復凶悔隨之乎?
사람이 망령되이 움직임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망령되이 움직여 얻으면 반드시 잃음도 있다. 비록 그 이익을 얻는다 해도 그 움직임이 망령되니 잃음이 이미 크거늘, 하물며 흉함과 후회가 뒤따름에랴.
妄得之福,災亦隨之;妄得之得,失亦稱之。固不足以為得也。人能知此,則不為妄動矣。
망령되이 얻은 복에는 재앙 또한 따르고, 망령되이 얻은 이득에는 손실 또한 그만큼 따른다. 진실로 이득이라 할 수 없다. 사람이 이를 안다면 망령되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주자『주역본의』
卦之六爻皆无妄者也。六三處不得正,故遇其占者无故而有災。如行人牽牛以去,而居者反遭詰捕之擾也。
이 괘의 여섯 효는 모두 무망한 자들이다. 육삼은 처신이 바름을 얻지 못했으므로, 이 점을 얻은 자는 까닭 없이 재앙이 있다. 마치 나그네가 소를 끌고 가버렸는데 거주하는 사람이 도리어 심문하고 체포하는 소란을 만나는 것과 같다.
或問:无妄之災?朱子曰:此卦六爻皆是无妄,但六三地頭不正,故有无妄之災。
혹자가 “무망지재란 무엇입니까” 묻자, 주자가 답하기를 “이 괘의 여섯 효는 모두 무망이나 다만 육삼은 선 자리가 바르지 못하기(地頭不正) 때문에 뜻하지 않은 재앙이 있다”고 하였다.
제가(諸家)의 풀이
임천 오씨(오징): 此假設其象以明之。如或繫一牛於此,乃邑人之牛也。偶脫所繫而為行人所得,邑人有失牛之災。亦適然不幸爾,非己有以致之,是謂无妄之災。 — 이는 가설을 들어 상을 밝힌 것이다. 여기 소 한 마리를 매어 두었는데 그것은 읍 사람의 소였다. 우연히 매듭이 풀려 나그네가 얻어가니 읍 사람에게 소를 잃은 재앙이 된다. 이 또한 우연한 불행일 뿐 자기가 불러들인 것이 아니니, 이를 무망지재라 한다.
성재 양씨(양만리): 我求而我得者,有妄之災;非我求而我得者,无妄之災。 — 내가 구하여 얻은 것은 망령됨의 재앙이요, 내가 구하지 않았는데 얻게 된 것은 무망의 재앙이다.
습정 유씨(유지): 六三才柔而位不當,所謂匪正者也,故有災。然出於意料之外,故曰无妄之災。 — 육삼은 재질이 유약하고 지위가 마땅치 않으니 이른바 ’바르지 않음(匪正)’이다. 그러므로 재앙이 있으되, 그것이 예상 밖에서 나왔으므로 무망지재라 한다.
운봉 호씨: 六爻皆无妄。三之時,則无妄而有災者也。六二得位,而有无妄之福,時也;六三失位,而有无妄之禍,亦時也。 — 여섯 효가 다 무망인데 삼효의 때는 무망하면서도 재앙이 있는 것이다. 육이는 지위를 얻어 뜻밖의 복이 있으니 때이고, 육삼은 지위를 잃어 뜻밖의 화가 있으니 이 또한 때이다.
쌍호 호씨: 三固是无妄之災,然亦其不正之所致。使九三得正,寧有是乎? — 삼효는 진실로 뜻하지 않은 재앙이다. 그러나 또한 그 바르지 못함이 초래한 것이다. 만약 바름을 얻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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