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 목소리가 둘이면 군대는 무너진다
육삼은 음(陰)이 양(陽)의 자리에 앉아 있다. 자질은 유약한데 뜻만 굳세고(才弱志剛), 자리는 하괘의 맨 위로 높지만 가운데를 얻지도 바르지도 못하다(不中不正). 군대에서 임무란 오직 한 사람에게 오롯이 맡겨져야 하는데, 이 자리는 그러지를 못한다. 아래에 이미 강중(剛中)한 장수 구이가 있어 임금의 신임을 받고 있건만, 그를 믿고 맡기지 못한 채 자신이 나서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저마다 지휘권을 쥐고 흔든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니, 끝내 시체를 수레에 싣고 돌아오는(輿尸) 참패에 이른다.
’여시(輿尸)’를 두고는 오래된 두 갈래 풀이가 있다. 정이천은 ’무리가 주인 노릇을 한다(衆主)’로 보았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둘, 셋이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군대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주자는 글자 그대로 ’시체를 수레에 싣는다’로 보았다. 전쟁에 져서 주검만 싣고 돌아오는 참혹함이다. 두 해석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다. 명령이 갈라지니(정이천) 끝내 시체를 싣게 된다(주자). 결국 가리키는 곳은 하나다 — 지휘가 하나로 모이지 못하면 무엇도 이룰 수 없다.
소상전은 이를 ’크게 공이 없다(大无功)’는 한마디로 못박는다. 임무를 둘, 셋에게 나누어 맡기고서 어찌 공을 이루겠는가. 그러나 공이 없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능력도 없는 것이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 설치면, 헛수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흉함을 스스로 불러들인다. 자리를 넘어선 뜻은 그 자체로 화(禍)의 씨앗이 된다.
오늘 하루의 태도
이 효는 밖으로는 조직의 명령 계통을 말하지만, 안으로는 내 마음의 명령 계통을 묻는다. 한 호흡에 한 뜻이어야 몸이 움직인다. 태극무예에서 나아갈지 물러설지 마음이 둘로 갈리면, 그 순간 중심이 뜨고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 쌍중(雙重)의 병통, 곧 무게가 두 다리에 어정쩡하게 걸려 어느 쪽으로도 흐르지 못하는 상태가 그것이다. 오늘 무언가를 결정하려는데 마음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다투거든, 억지로 밀어붙이기 전에 먼저 그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라. 안에서 결정권자를 세우는 일이 먼저다. 뜻이 하나로 모여야 기운이 막히지 않고 흐르며, 그래야 발이 비로소 땅을 딛는다.
원문과 주석 — 정이천·주자·제가
경문과 소상전
六三:師或輿尸,凶。
육삼은 군대가 혹 시체를 수레에 실음이니(혹은 주인이 여럿이니), 흉하다.
象曰:師或輿尸,大无功也。
상전에 말하였다. ’사혹여시’는 크게 공이 없는 것이다.
정이천 『이천역전』
三居下卦之上,居位當任者也。不唯其才隂柔不中正,師旅之事,任當専一。二既以剛中之才,為上信任,必専其事,乃有成功。若或更使衆人主之,凶之道也。輿尸,衆主也。葢指三也。以三居下之上,故發此義。軍旅之事,任不専一,覆敗必矣。
3효는 하괘의 위에 거하니, 그 지위가 임무를 맡은 자이다. 그 재주가 음유(陰柔)하여 중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군대의 일이란 맡김이 마땅히 전일(專一)해야 한다. 구이가 이미 강중(剛中)의 재주로 윗사람의 신임을 받고 있으니, 반드시 그 일을 오로지 맡아야 성공이 있다. 만약 다시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주관하게 한다면 흉한 도이다. ’여시(輿尸)’란 무리가 주인 노릇을 함(衆主)이니, 대개 3효를 가리킨다. 3효가 하괘의 위에 거하므로 이 뜻을 밝힌 것이다. 군대의 일은 맡김이 전일하지 않으면 전복되고 패함이 필연이다.
象曰:任付二三,安能成功?豈唯无功,所以致凶也。
상전에 대한 풀이. 임무를 2효와 3효에게 나누어 맡기면 어찌 능히 성공하겠는가? 어찌 공이 없을 뿐이겠는가, 이로써 흉함을 부르는 것이다.
주자 『주역본의』·『주자어류』
輿尸,謂師徒撓敗,輿尸而歸也。以隂居陽,才弱志剛,不中不正,而犯非其分,故其象占如此。
’여시(輿尸)’는 군대가 꺾이고 패하여 시체를 수레에 싣고 돌아오는 것을 이른다. 음으로서 양의 자리에 거하니, 재주는 약한데 뜻만 강하고 중정하지 못한데 그 분수가 아닌 것을 범하였으므로, 그 상과 점이 이와 같다.
或問:師或輿尸,伊川説為衆主,如何?朱子曰:從來有輿尸血刃之説,何必又牽引别説?某自少時未曾識訓詁,只讀白本時便疑如此説。後來從鄉先生學,皆作衆主説,甚不以為然。今看來只是兵敗,輿其尸而歸之義。
(물음) “’사혹여시’를 이천이 ’무리가 주관함(衆主)’이라 설명했는데 어떠합니까?” (답) 주자가 말하였다. “종래로 ’여시’와 ’혈인(血刃, 피 묻은 칼)’의 설이 있는데 하필 또 다른 설을 끌어오겠는가? 내가 젊었을 때 훈고를 알지 못하고 다만 백본(경문만 있는 책)을 읽을 때부터 문득 이 설을 의심했었다. 나중에 향선생을 따라 배울 때 모두 ‘중주(衆主, 주인이 여럿)’ 설을 지었으나 심히 그렇지 않다고 여겼다. 지금 보건대 다만 병사가 패하여 그 시체를 싣고 돌아온다는 뜻이다.”
제가(諸家)
구산 양씨(龜山楊氏)
師之或,以衆尸之也。衆尸之,稟命不一,而无功矣,凶之道也。六三上乘衆隂,輿尸也,故凶。唐九節度之師,不立統帥,雖李郭之善兵,猶不免敗衂,則輿尸之凶可知。
군대의 ’혹(或)’은 무리가 주관한다는 것이다. 여럿이 주관하면 명령을 받음이 통일되지 않아 공이 없으니 흉한 도이다. 육삼은 위에서 뭇 음을 타고 있으니 ’여시’이다. 그러므로 흉하다. 당나라 때 아홉 절도사의 군대가 총사령관을 세우지 않아, 비록 이광필과 곽자의같이 병사를 잘 부리는 자가 있었으나 오히려 패배를 면치 못했으니, ’여시’의 흉함을 알 수 있다.
성재 양씨(誠齋楊氏)
河曲之師,趙盾為將而令出趙穿;邲之師,荀林父為將而令出先縠。後世復有中人監軍者,師焉徃而不敗?
(춘추시대 진나라의) 하곡 전투에서 조순이 장수가 되었으나 명령은 조천(부장)에게서 나왔고, 필(邲) 전투에서 순림보가 장수가 되었으나 명령은 선곡에게서 나왔다. 후세에 다시 환관이 감군(監軍, 군대 감시)하는 자가 있었으니, 군대가 어디를 간들 패하지 않겠는가?
운봉 호씨(雲峰胡氏)
剥一陽在上,而衆隂載之,有得輿象;六三衆隂在上,如積尸,而坤為輿,坎為車輪,有輿尸象。此爻甚言師徒撓敗之凶,以見師之成敗生死,皆繋於将。九二剛中,可以用師;六四柔正,猶能全師以退;六三不中不正,才柔志剛,輿尸而歸,其凶何如也!
박(剝) 괘는 한 양이 위에 있고 뭇 음이 그것을 실으니 ’수레를 얻는 상’이 있고, 이 괘의 육삼은 뭇 음이 위에 있어 마치 시체가 쌓인 것과 같으며, 곤(坤)은 수레가 되고 감(坎)은 수레바퀴가 되니 ’여시(수레에 시체를 실음)’의 상이 있다. 이 효는 군대가 꺾이고 패하는 흉함을 심하게 말한 것이니, 군대의 성패와 생사가 모두 장수에게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구이는 강중하니 가히 군대를 쓸 수 있고, 육사는 유순하고 바르니 오히려 군대를 온전히 하여 물러날 수 있으나, 육삼은 부중부정하고 재주는 약한데 뜻만 강하여 시체를 싣고 돌아오니 그 흉함이 어떠하겠는가!
출전: 정이천 『이천역전』, 주자 『주역본의』·『주자어류』, 구산 양씨·성재 양씨·운봉 호씨는 『주역전의대전』소인(所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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