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삼은 음유한 기질로 양의 자리에 앉아 중(中)도 아니고 바르지도 못한(부중부정) 데다, 몽매함에 빠져 마음이 들떠 있는 자리다. 저 위에 자기와 바르게 응하는 짝(상구)이 있으나, 멀리 있는 그를 향해 가지 못하고, 바로 곁에서 힘 있고 재물 있는 남자(구이, 금부)가 손짓하자 이내 그리로 마음이 쏠린다. 정이천은 이를 “함부로 움직이는 여자”라 했다. 마땅히 바른 예를 따라 사람을 좇아야 하는데, 돈 많음을 보고 기뻐하며 따라가니 결국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효사의 핵심은 불유궁(不有躬) 석 자에 있다. 제 몸을 제가 가지지 못했다는 말이다. 마음의 통제권이 이미 내 안이 아니라 밖의 자극에 넘어가 버린 상태, 곧 욕망에 주인 자리를 내준 상태다. 견금부(見金夫), 화려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판단이 마비되고 지조가 무너진다. 그래서 공자는 소상전에서 “여자를 취하지 말라 함은 그 행실이 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行不順)“라 못박았다. 주자는 여기서 순(順)을 삼갈 신(慎)으로 읽는다. 순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삼가는 조심함이 무너진 것이 병이라는 뜻이다.
이 효가 무서운 까닭은 원나라 역학자 호병문의 한마디에 있다. 그는 다른 다섯 효가 모두 어리석음(蒙)을 말했으나 이 효만은 뜻이 다르다고 했다. 이익을 보고 몸을 잊는(견리망신) 것은 단순한 어리석음을 넘어선 타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경고를 여자에게만 두지 않는다. “여자가 한번 몸을 잃어도 이러한데, 선비가 되어 따르는 바에 그 몸을 잃는다면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절개를 꺾고 엉뚱한 힘에 붙는 사람은 누구든 금부를 보고 몸을 버린 것이니, 그런 사람과는 손잡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금부는 찾아온다. 즉각 보상을 약속하며 손짓하는 것들 앞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려 할 때, 한 호흡을 멈추고 물어야 한다. “이것이 정말 내게 필요한가, 아니면 내 중심을 내주고 얻는 것인가.” 탐욕으로 뻗어 나가는 순간 몸의 중심이 무너지고, 무너진 중심은 그대로 약점이 되어 나를 되치는 빌미가 된다. 그러니 오늘 화려한 미끼가 눈에 들어오거든, 서둘러 달려들기 전에 발밑의 내 중심부터 확인하라. 내 몸의 주인이 나라는 감각을 지키는 것 — 그 담담한 절제가 유혹 앞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힘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역대 풀이
경문과 소상전
六三:勿用取女,見金夫,不有躬,无攸利。 象曰:勿用取女,行不順也。
육삼은 여자를 취하지 말라(물용취녀). 돈 많은 사내(금부)를 보고(견금부) 제 몸을 지키지 못하니(불유궁), 이로운 바가 없다(무유리). 소상전에 말하였다. ‘여자를 취하지 말라’ 함은 그 행실이 순하지(또는 삼가지) 않기 때문이다(행불순).
정이천 『이천역전』
三以陰柔,處䝉闇,不中不正,女之動者也。正應在上,不能遠從;近見九二為羣䝉所歸,得時之盛,故捨其正應而從之,是女之見金夫也。女之從人,當由正禮。乃見人之多金,説而從之,不能保有其身者也。无所徃而利矣。象曰:女之如此,其行邪僻不順,不可取也。
3효는 음유로서 몽매하고 어두움에 처하여, 중도 아니고 바르지도 아니하니(부중부정) 함부로 움직이는 여자이다. 정응(상구)이 위에 있으나 능히 멀리 있는 이를 좇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구이가 뭇 몽매한 이들이 돌아가는 바가 되어 때의 성대함을 얻은 것을 보고서, 그 정응을 버리고 그(구이)를 따르니, 이것은 여자가 ’금부(金夫, 돈 많은 남자)’를 보는 것이다. 여자가 사람을 따름에는 마땅히 바른 예법(정례)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남자가 돈이 많음을 보고 기뻐하여 그를 따르니, 능히 그 몸을 보전하지 못하는 자이다. 가는 곳마다 이로움이 없다. (소상전 해설) 여자가 이와 같으면 그 행실이 사벽(邪僻)하여 순하지 않으니, 취해서는(아내로 맞아서는) 안 된다.
주자 『주역본의』
六三陰柔,不中不正,女之見金夫而不能有其身之象也。占者遇之,則其取女必得如是之人,无所利矣。金夫,葢以金賂已而挑之,若魯秋胡之為者。象曰:順當作慎。葢順慎古字通用。荀子順墨作慎墨。且行不慎,於經意尤親切。今當從之。
육삼은 음유하고 부중부정하니,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보고 그 몸을 간직하지 못하는 상이다. 점치는 자가 이를 만나면 그 취하는 여자가 반드시 이와 같은 사람을 얻을 것이니 이로울 바가 없다. ’금부(金夫)’는 대개 금(돈)으로써 자기를 뇌물 주어 유혹하는 것이니, 마치 노나라 추호(秋胡)가 한 짓과 같은 자이다. (추호가 벼슬 살다 돌아오는 길에 뽕 따는 여인을 보고 황금을 주며 유혹했는데, 집에 와보니 그 여인이 자기 아내였다는 고사) (소상전 해설) ’순(順)’은 마땅히 ’신(慎, 삼갈 신)’이 되어야 한다. 대개 순과 신은 옛 글자에서 통용되었다. 순자에서 ’순묵’을 ’신묵’으로 썼다. 또 ’행실이 삼가지 못하다(行不慎)’고 하는 것이 경문의 뜻에 더욱 딱 들어맞으니, 지금 마땅히 그것을 따른다.
六三説勿用取女者,大率陰爻又不中不正,合是一般无主宰底女人。金夫,不必觧做剛夫。
주자가 말하였다. 육삼에 ’여자를 취하지 말라’고 한 것은, 대수로 보아 음효인 데다가 부중부정하니, 합당하게 일반적인 주재(主宰, 줏대)가 없는 여인이다. 금부(金夫)를 굳이 ’강한 지아비(剛夫)’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제가 — 운봉 호씨(雲峰胡氏)
諸爻皆説䝉,此爻别一義。昧其所適,見利忘身,䝉不足以盡之。女一失身且如此,士而失身於所從,用之何利焉?
운봉 호씨가 말하였다. 모든 효가 다 ’몽(어리석음)’을 말했으나, 이 효는 뜻이 별다르다. 그 갈 바를 어둡게 하여 이익을 보고 몸을 잊었으니(견리망신), ’몽’이라는 글자로는 그것을 다 설명하기에 부족하다(어리석음을 넘어선 타락이다). 여자가 한번 몸을 잃어도(실신) 또한 이와 같은데, 선비가 되어 따르는 바에 그 몸을 잃는다면(변절), 그를 쓴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제가 — 용산 이씨(隆山李氏) : 준괘 육이와 비교
屯之六二,近初九之陽而正應在五。然震之性動而趨上,舍初而歸五,故曰「女子貞不字,十年乃字」,此女子之屯者也。䝉之六三,近九二之陽而正應在上。然坎之性䧟而趨下,舍上而從二,故曰「勿用取女,見金夫不有躬」,此女子之䝉者也。
용산 이씨가 말하였다. 수뢰준 2효는 초구의 양과 가깝고 정응은 구오에 있다. 그러나 진(震)의 성질은 움직여 위로 나아가는 것이라, 초구를 버리고 5효로 돌아가므로 ’여자가 곧아 시집가지 않다가 10년 만에 시집간다’고 했으니, 이것은 여자의 둔난(어려움)이다. 산수몽 3효는 구이의 양과 가깝고 정응은 상구에 있다. 그러나 감(坎)의 성질은 빠져서 아래로 쏠리는 것이라, 상구를 버리고 2효를 따르므로 ’여자를 취하지 말라, 금부를 보고 몸을 두지 못한다’고 했으니, 이것은 여자의 몽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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