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효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
육사는,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깝고, 말의 짝이 없어지니 허물이 없다.
육사는 상괘 손(巽)의 맨 아래, 임금(九五)에 가장 가까운 대신의 자리다. 음효가 음의 자리에 바르게 거하여(得位居正) 위의 신임을 받으니, 중부(中孚)의 믿음을 이루는 핵심 자리다. 달이 거의 보름에 이르렀으되 아직 꽉 차지는 않았다. 성대함이 극에 이르렀으나, 한 걸음을 남겨두어 임금과 맞서지 않는 자리다. 상전은 이를 “유류를 끊고 위로 간다”고 짚었다.
풀이
정이천은 이 효를 신하의 도(道)로 읽었다. 사효는 부(孚)를 이루는 주인이요 임금에 가까운 자리에 바르게 처하니, 그 성대함이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까운 것과 같다. 그러나 이미 보름을 넘으면 임금과 대적하게 되고, 신하로서 임금에게 대적하면 화패(禍敗)가 반드시 이른다. 그래서 ’거의 보름(幾望)’에 머무는 것을 지극한 성대함으로 삼는다. 넘치지 않는 자리에 스스로를 세우는 절제가 곧 신하의 덕이다.
’마필망(馬匹亡)’은 짝을 끊는 일이다. 사효와 초효는 정응이니 본래 한 짝이다. 그러나 부(孚)의 도는 한결같음(一)에 있으니, 사효가 이미 위의 오효를 따르면서 다시 아래로 초효에 매여 있으면 두 마음이 되어 부에 해가 되고 허물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말의 짝을 없애고 오직 위를 향해야 허물이 없다. 초효에 매이면 나아가지 못하여 부의 공을 이룰 수 없다. 주자도 초효와의 짝을 끊고 위로 올라가 오효에게 믿음을 보이는 상으로 풀었다.
여러 학자는 이 ’짝 끊음’의 뜻을 더 밀고 나간다. 교봉 방씨는 ’월기망’을 가득 참에 처하지 않음으로, ’마필망’을 당파를 이루지 않음으로 읽어, 대신이 사당(私黨)을 끊고 임금에게 한 마음을 바치는 일이라 하였다. 우임금이 공을 자랑하지 않고 주공이 교만하지 않은 것이 ’월기망’이요, 안자가 파당에 들지 않고 한퇴지가 붕당에 물들지 않은 것이 ’마필망’이라 짚는다. 운봉 호씨는 삼효와 대비했다. 부정한 삼효는 짝을 얻어(得敵) 오히려 흔들리고, 득정한 사효는 짝을 잃어(亡匹) 오히려 바르게 되니, 잃음이 곧 얻음이라 하였다. 중계 장씨도 아래 초구의 짝을 끊고 위로 구오에 부(孚)하면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고 매듭지었다.
삶에의 적용
더 큰 길로 나아가려는데 발목이 잡힐 때가 있다. 오래된 관계, 익숙한 습관, 놓지 못한 집착. 이 효는 그것을 ’마필(馬匹)’이라 부른다. 정(情)에 매이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육사의 가르침이다. 정이천이 “부의 도는 한결같음에 있다”고 한 것처럼, 두 마음을 품고서는 어느 것도 온전히 이룰 수 없다. 수련도 같다. 대련에서 한 전술을 정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며, 중간에 마음이 흔들려 다른 기술로 바꾸면 그 틈으로 무너진다. 오늘 물을 것은 하나다. 지금 내가 끊어야 할 ’짝’은 무엇인가. 그것을 놓아야 비로소 더 큰 믿음의 자리로 오를 수 있다. 다만 달이 보름을 넘지 않듯, 힘을 다 쓰되 꺾이지 않는 절제를 함께 지녀야 한다.
훈장님의 풀이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六四는 음이 음자리라 바르고, 임금(九五)에 가까운 대신이다. 달이 거의 보름이나 꽉 차지 않은 것처럼 — 인격을 최고로 발휘하되 임금과 맞서지 않게 감춘다(보름이 되면 양과 대립하여 망한다). 같은 인격이라도 계급이 하나 낮으면 그것을 인정하고 굽혀야 산다. 그리고 말의 짝이 없어진다(馬匹亡) — 아래 初九(제 정응·짝)를 인정사정없이 끊어버리고 위 九五를 좇아야(絶類上) 허물이 없다.
初九는 사효를 그토록 원하고 믿으나, 사효는 여지없이 初九를 버려야 산다 — 정(情)에 매이면 죽는다. 정은 부모·자식 사이에나 있는 것이고, 남과의 정·느낌에 매달리면 큰일 난다 — 생명체에는 이롭다·해롭다(利害)만 있다. 사건은 나를 위해 생기지 않고 자연히 생기니 내가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주역은 때의 학문(時間之學)이니, 버리라 할 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 다만 끊는 수단은 곧게든 에둘러 상대가 상처 안 받게든 내 방법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의 풀이
경문(經文)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
육사는,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깝고, 말의 짝이 없어지니 허물이 없다.
소상전(小象傳)
象曰: 馬匹亡, 絶類上也.
상(象)에 말하기를, 말의 짝이 없어진 것은, 유류(類)를 끊고 위로 간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四為成孚之主, 居近君之位, 處得其正而上信之, 至當孚之任者也. 如月之幾望, 盛之至也. 已望則敵矣. 臣而敵君, 禍敗必至. 故以幾望為至盛. 馬匹亡. 四與初為正應, 匹也. 古者駕車用四馬, 不能備純色, 則兩服兩驂各一色, 又小大必相稱, 故兩馬為匹, 謂對也. 馬者行物也. 初上應四而四亦進從五, 皆上行, 故以馬為象. 孚道在一, 四既從五, 若復下係於初, 則不一而害於孚, 為有咎矣. 故馬匹亡則无咎也. 上從五而不係於初, 是亡其匹也. 係初則不進, 不能成孚之功也.
사효는 부(孚)를 이루는 주인이요 임금에 가까운 자리에 거하며, 바르게 처하여 위에서 믿는 것이니, 부의 임무를 지극히 마땅하게 맡은 자이다.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까운 것과 같으니 성대함의 극치이다. 이미 보름을 넘으면 대적이 되니, 신하로서 임금에게 대적하면 화패가 반드시 이른다. 그러므로 ’거의 보름’으로써 지극한 성대함을 삼았다. ’마필망’이다. 사효와 초효는 정응이니 짝이다. 옛날에 수레를 끌 때 네 말을 썼는데, 순색을 갖출 수 없으면 두 복마와 두 참마가 각각 한 색이었고, 크고 작음이 반드시 서로 맞아야 하므로 두 말을 짝이라 하니 대(對)를 이른다. 말은 가는 사물이다. 초효가 위로 사효에 응하고 사효도 또한 나아가 오를 따르니, 모두 위로 가므로 말로써 상을 삼았다. 부의 도는 한결같음에 있으니, 사효가 이미 오를 따르는데 다시 아래로 초효에 매이면 한결같지 못하여 부에 해가 되니 허물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말의 짝이 없어지면 허물이 없다. 위로 오를 따르되 초효에 매이지 않는 것이 그 짝을 없애는 것이다. 초효에 매이면 나아가지 못하여 부의 공을 이룰 수 없다.
絶其類而上從五也. 類謂應也. 坤以喪朋為有慶, 中孚之中以絶類為无咎.
(상전을 풀어) 그 유류를 끊고 위로 오를 따르는 것이다. 류(類)는 응(應)을 이른다. 곤(坤)이 벗을 잃음을 경사로 삼고, 중부의 가운데에서 유류를 끊음을 허물 없음으로 삼는다.
주자『주역본의』
六四居隂得正, 位近於君, 為月幾望之象. 馬匹謂初與已為匹, 四乃絶之而上以信於五, 故為馬匹亡之象. 占者如是則无咎也.
육사는 음에 거하여 바름을 얻었고, 자리가 임금에 가까우니 ’월기망’의 상이 된다. ’마필’은 초효와 자기가 짝인 것을 이르니, 사효가 이에 이를 끊고 위로 올라가 오에게 믿음을 보이는 것이므로 ’마필망’의 상이 된다. 점치는 자가 이와 같으면 허물이 없다.
제가(諸家)의 풀이
교봉 방씨(蛟峯方氏)
月幾望不處盈也. 馬匹亡不為黨也. 四捨初九之黨而上從五, 此大臣之絶私黨而一心於君者, 故有馬匹亡之象. 以隂居隂履柔處正, 不敢敵陽, 此人臣功業已盛而不敢居其盛者, 故有月幾望之象. 若大臣而處盈植黨, 則有咎矣. 禹之不伐, 周公之不驕, 月幾望也. 晏子不入崔陳之黨, 韓退之不污牛李之朋, 馬匹亡也.
’월기망’은 가득 찬 곳에 처하지 않는 것이요, ’마필망’은 당파를 이루지 않는 것이다. 사효가 초구의 당을 버리고 위로 오를 따르니, 이것은 대신이 사당을 끊고 임금에게 한 마음을 바치는 것이므로 ’마필망’의 상이 있다. 음으로 음에 거하여 유를 밟고 바르게 처하니 감히 양에 대적하지 않으니, 이것은 인신이 공업이 이미 성대하되 감히 그 성대함에 처하지 않는 것이므로 ’월기망’의 상이 있다. 만약 대신이 가득 참에 처하고 당을 심으면 허물이 있을 것이다. 우임금이 자랑하지 않고 주공이 교만하지 않은 것이 ’월기망’이요, 안자가 최·진의 당에 들어가지 않고 한퇴지가 우·이의 붕당에 더럽히지 않은 것이 ’마필망’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月本无光, 受日之光以為光. 隂不能以自孚, 信於陽以為孚. 六四近九五, 其象為月幾望. 而又有馬匹亡之象何也? 六三與上九為亢, 故曰敵. 六四與初九為配, 故曰匹. 三隂柔不正, 故不能舍上九以從剛中之二. 四隂柔得正, 故能絶初九以從剛中之五. 然則三之得敵, 非所以為得. 四亡其匹, 乃所以為得也.
달은 본래 빛이 없으나 해의 빛을 받아 빛을 삼는다. 음은 스스로 부(孚)할 수 없으니 양에 믿음을 두어 부로 삼는다. 육사가 구오에 가까우니 그 상이 ’월기망’이 된다. 그런데 또 ’마필망’의 상이 있는 것은 어째서인가? 육삼과 상구는 항(亢)이므로 ’적(敵)’이라 하고, 육사와 초구는 배(配)이므로 ’필(匹)’이라 한다. 삼효는 음유부정이므로 상구를 버리고 강중인 이효를 따를 수 없고, 사효는 음유득정이므로 능히 초구를 끊고 강중인 오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면 삼효의 ’득적’은 얻는 바가 아니요, 사효의 ’망기필’은 이에 얻는 바이다.
중계 장씨(中溪張氏)
四能下絶初九之匹類而上孚九五, 是馬匹亡矣, 尚何咎之有哉?
사효가 능히 아래로 초구의 필류(匹類)를 끊고 위로 구오에 부(孚)하면, 이것이 ’마필망’이니 오히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