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초구는 진괘 전체의 주인(成卦之主)이다. 두 음에 한 양이 있으면 그 하나의 양이 주가 되고, 진(震)의 쓰임은 아래에 있어 가장 아래에서 진동을 일으키는 이 효가 곧 우레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주공은 문왕의 괘사(震來虩虩·笑言啞啞)를 초구 효사에 거의 그대로 옮기고 ‘길(吉)’ 한 글자만 더했다. 괘의 뜻이 곧 이 효의 뜻인 것이다.
’혁혁(虩虩)’은 거미가 작은 움직임에도 깜짝 놀라 사방을 살피듯 조심스럽게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진동이 처음 오는 것을 알아, 감히 편안히 머물지 않고 두루 돌아보며 걱정하는(周旋顧慮) 자세다. 이렇게 시작에서 삼가면 마침내 그 편안함과 길함을 지켜, 뒤에는 웃고 말하는 소리가 ’아아(啞啞)’하게 화락해진다. 정이천은 이를 “공구함을 인하여 도리어 복을 이룬다(因恐懼而反致福)“고 풀었다. 두려움 자체가 복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통해 자신을 닦고 법도를 어기지 않게 되니(由震而後有則) 그 결과로 복이 오는 것이다.
중계 장씨의 순서가 핵심을 짚는다 — “먼저 진동하고 후에 안정되며, 먼저 두려워하고 후에 편안해진다(先震後定, 先恐後安).” 이 차례는 바꿀 수 없다. 먼저 편안하려 들면 뒤에 두려워지고, 먼저 두려워할 줄 알면 뒤에 편안해진다. 소상전이 ’공치복(恐致福)·후유칙(後有則)’이라 한 것은, 두려움을 잘 관리하면 즐거움이 뒤따르는 것이 일종의 자연의 법칙(則)임을 말한 것이다.
삶에의 적용
무서운 것을 무섭다고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두려움을 억지로 눌러 없는 척하면 도리어 병이 된다. 첫 충격에 곧바로 몸과 마음을 깨워 살피고, 지나간 뒤에는 미련 없이 웃을 줄 아는 것 — 이것이 삼감의 리듬이다. 수련에서도 상대의 첫 움직임에 온 감각을 열어 응하되 굳어지지 않고, 위기가 지나면 곧 이완으로 돌아가는 것이 몸을 상하지 않게 지키는 길이다. 시작에서 경각심을 세우는 자가 끝에서 편안하다.
훈장님의 풀이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진괘의 주인은 初九(와 九四)이며, 그중 안쪽 進入의 주효가 初九다. 그래서 문왕의 卦辭(震來虩虩·笑言啞啞·震驚百里·不喪匕鬯)를 주공이 初九 효사에 거의 그대로 옮겨 쓰고, '吉' 한 글자만 더했다. 거미처럼 깜짝 놀랄 줄 알아야(虩虩) 뒤에 웃으며 말할(笑言啞啞) 수 있고, 그 대가가 길하다(吉).
무서운 것을 안 무섭다 하는 것은 바보다 — 무서우면 무섭다, 좋으면 좋다 하고 대처해야지, 억지로 참아내면 병을 만든다. 충격은 1·2초 안에 들어와 당장은 멀쩡한 듯하나, 자고 나면 몸에 장애로 온다(허리·팔다리가 까닭 없이 아픔). 억눌린 충격은 소화(소장·대장·밥통)에서 장애가 시작되어 심장·뇌로 올라가면 정신병이 된다. 그러므로 제 몸의 변화를 잘 살펴 수양하면 곧 풀린다(養生).
공자가 「상전」에서 震來虩虩을 풀어 '두려움을 인용해 복을 이룩한다(恐致福也)', 笑言啞啞을 풀어 '뒤에 법칙이 있다(後有則也)'고 했다 — 두려움을 잘 관리하면 뒤에 즐거움이 오는 것은 일종의 자연의 법칙(則)이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정이천·주자·제가
경문
初九。震來虩虩, 後笑言啞啞, 吉。
초구. 진동이 옴에 두려워하고 삼가면, 뒤에는 웃고 말함이 화락하니, 길하다.
소상전(小象傳)
象曰:震來虩虩, 恐致福也。笑言啞啞, 後有則也。
「상전」에 이르길, ’진래혁혁’은 두려워함으로 복을 이룸이요, ’소언아아’는 뒤에 법칙이 있음이다.
정이천 전(程傳) — 효사
初九, 成震之主, 致震者也。在卦之下, 處震之初也。知震之來, 當震之始, 若能以為恐愳而周旋顧慮, 虩虩然不敢寧止, 則終必保其安吉, 故後笑言啞啞也。
초구는 진(震)을 이루는 주(主)요 진동을 일으키는 자이다. 괘의 아래에 있어 진의 처음에 처하였다. 진동이 옴을 알아 그 시작에 해당하여, 만약 공구하여 두루 돌아보며 걱정하고 혁혁히 감히 편안히 머물지 않으면, 마침내 반드시 그 편안하고 길함을 보전하니, 그러므로 뒤에 웃고 말함이 아아한 것이다.
정이천 전(程傳) — 소상전
震來而能恐懼周顧, 則无患矣, 是能因恐懼而反致福也。因恐懼而自脩省, 不敢違于法度, 是由震而後有法則, 故能保其安吉而笑言啞啞也。
진동이 와서 공구하여 두루 돌아볼 수 있으면 근심이 없으니, 이는 공구를 인하여 도리어 복을 이룸이다. 공구를 인하여 스스로 수성하고 감히 법도를 어기지 않으니, 이는 진동을 말미암아 뒤에 법칙이 있음이다. 그러므로 편안하고 길함을 보전하여 소언아아할 수 있다.
주자 본의(本義)
成震之主, 處震之初, 故其占如此。
진을 이루는 주로서 진의 처음에 처하니, 그러므로 그 점이 이와 같다.
제가(諸家)
朱子曰:震來虩虩, 是震之初震得來如此。
주자 왈: ’진래혁혁’은 진의 처음에 진동이 이처럼 오는 것이다.
中溪張氏曰:初恐懼虩虩, 而後笑言啞啞, 葢先震而後定, 先恐而後安, 宜其吉也。爻辭與卦彖辭同者, 以初九為成卦之主也。以二體而觀, 初九、九四俱為震動之主爻, 其餘四隂爻皆聞震雷而恐懼者也。
중계 장씨 왈: 처음에 공구하여 혁혁하고 뒤에 소언하여 아아하니, 대개 먼저 진동하고 뒤에 안정되며 먼저 두려워하고 뒤에 편안해지니 그 길함이 마땅하다. 효사가 괘단사와 같은 것은 초구가 괘를 이루는 주이기 때문이다. 두 괘체로 보면 초구와 구사가 모두 진동의 주효요, 나머지 네 음효는 모두 우레의 진동을 듣고 공구하는 자들이다.
平菴項氏曰:震有二義, 有震動之震, 有震懼之震。初九、九四二爻乃震之所以為震者, 震動之震也。二三五上四隂爻乃為陽所震者, 震懼之震也。
평암 항씨 왈: 진에 두 뜻이 있으니 진동의 진과 진구의 진이다. 초구·구사 두 효는 진이 진이 되는 까닭이니 진동의 진이요, 이삼오상 네 음효는 양에 진동당하는 자이니 진구의 진이다.
雲峯胡氏曰:二隂一陽則一陽為主。初九在内卦之内, 震之主也, 故辭與卦同。乾坤之後為屯, 便以震之初爻為主, 故彖辭曰利貞利建侯, 周公之爻辭曰利居貞利建侯, 只加一居字。至本卦彖辭言震來虩虩笑言啞啞, 而爻辭亦只加一後字。葢震之用在下, 而重震之初又最下者, 所以為震之主者也。彖之占曰亨, 爻之占曰吉, 一也。
운봉 호씨 왈: 이음일양이면 일양이 주가 된다. 초구가 내괘의 안에 있으니 진의 주라, 사가 괘와 같다. 건·곤 다음이 둔인데 곧 진의 초효가 주가 되므로 단사에 ’이정이건후’라 하고 주공의 효사에 ’이거정이건후’라 하여 ‘거’ 한 글자를 더했을 뿐이다. 본괘에 이르러 단사에 ’진래혁혁소언아아’라 하고 효사에도 ‘후’ 한 글자를 더했을 뿐이다. 대개 진의 쓰임이 아래에 있고 중진의 초효가 또 가장 아래이니 이것이 진의 주가 되는 까닭이다. 단의 점은 ‘형’, 효의 점은 ’길’이라 하니 하나이다.
臨川呉氏曰:恐謂虩虩, 致福謂致笑言啞啞之福。有則, 謂不以恐懼而失其常度也。
임천 오씨 왈: ’공(恐)’은 혁혁을 말하고, ’치복’은 소언아아의 복을 이룸을 말한다. ’유칙’은 공구 때문에 그 상도를 잃지 않음을 말한다.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