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는 음효가 음의 자리에 있어 바르되(득정), 그만큼 유약하고 결단력이 부족하다. 이 유약함이야말로 육사가 지닌 치명적인 병(질, 疾)이다. 다행히 저 아래에서 양강한 초구가 하던 일마저 멈추고 자기를 도우러 쏜살같이 달려온다. 병을 고칠 손길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때 육사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자존심을 버리고 그를 빨리 오게 하여(사천, 使遄) 제 병을 뜯어고치는 것. 약점을 고치는 데는 체면이 아니라 속도가 생명이다.
정이천은 여기서 질(疾)을 곧 불선(不善)으로 읽는다. 음유라는 좋지 못한 성질을 덜어내고 강양의 선함을 따르는 것이 이 효의 뜻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속도에 있다. “사람이 허물을 덜어냄에는 오직 빠르지 못할까를 근심해야 하니, 빠르면 깊은 허물에 이르지 않아 가히 기뻐할 만하다.” 주자 역시 “오직 빨라야 선하다(唯速則善)“고 못 박는다. 잘못을 알아차린 그 순간과 고치는 순간 사이의 시간차(lag)를 0으로 좁힐 때, 근심이 사라지고 기쁨이 찾아온다.
이 콤비네이션을 중계 장씨는 절묘하게 짚는다. 초구는 ’빨리 간다(천왕)’고 했고 육사는 ’빨리 오게 한다(사천)’고 했으니, 초구가 빨리 간 것은 실은 육사가 그를 빨리 부른 덕이다. 운봉 호씨는 그 반대 상황을 경계한다. 도와주려는 자는 급급한데 정작 도움받을 자가 여유를 부리며 미적거리면(유유, 悠悠), 이는 보탬을 받는 도가 아니다. 상전이 “참으로 기뻐할 만하다(亦可喜也)“고 한 것은, 광평 유씨의 말대로 애초에 기쁠 일 없던 병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제거했기 때문이다.
몸을 닦는 자리에서도 그러하다. 스승이 내 자세의 결함을 지적한 그 찰나, 속으로 ‘난 원래 이랬는데’ 하며 방어막을 켜고 뜸을 들이면 기량은 평생 늘지 않는다. 지적을 받은 바로 그 순간에 근육의 움직임을 고쳐 넣는 것, 옹고집을 덜어내고 바른 힘을 받아들이는 쾌속의 교정이 완성의 기쁨을 부른다. 내게 약점이 보이고 그것을 고쳐 줄 사람이 다가올 때, 자존심의 방어막을 지체 없이 해제하라. 타인의 쓴소리를 나를 치료하는 메스로 여겨 즉각 흡수하는 스피드야말로, 사람을 자라게 하는 가장 빛나는 자격이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損其疾(그 병을 덜라)' — 六四는 음유라 못나고 무능하니, 그 못남·불선이 곧 병(疾)이다. 강양인 初九와 상응하니, 그 강한 양을 얻어(從剛陽) 제 병(불선)을 덜어 선을 따른다(損不善以從善). 그러니 제가 약하고 부족하거든 잘난 척 말고 빨리 인정하여 더 강한 자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다. 못남(無能)·무식·늙음이 다 병이요, 병도 생명체라 건강의 눈으로 보니 병일 뿐이다.
병을 빨리 덜수록(遄) 기쁨이 있으나(有喜), 너무 빨리·세게 다루면 도리어 지나치니(甚過) — 빨리 덜되 잘 다스려 지나침에 이르지 않게 한다(速而不至於甚過). 의원이 병을 다룰 때 화끈하게만 다루면 안 되고 달게 다스려야 하니, 음식 치료가 최고라는 까닭이다. 그래서 강약의 치우침이 곧 병이다 — 강에 치우치면 분노의 병(忿)이 빨리 나고, 유에 치우치면 욕심의 병(慾)이 생긴다. 잘 먹어 넘치면 암이 되고 못 먹어 모자라면 허해지니, 中을 얻어 적당히 해야 한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역대 풀이
경문과 소상전
六四,損其疾,使遄有喜,无咎。 象曰:損其疾,亦可喜也。
육사는 그 병을 덜어냄이니(손기질), 하여금 빨리 오게 하면 기쁨이 있어(사천유희) 허물이 없을 것이다(무구). 상전에 말하였다. ‘그 병을 덜어낸다’ 함은, 참으로(또한) 기뻐할 만한 것이다(역가희야).
정이천 『이천역전』
四以陰柔居上,與初之剛陽相應。在損時而應剛,能自損以從剛陽也。損不善以從善也。初之益四,損其柔而益之以剛,損其不善也,故曰損其疾。疾謂疾病,不善也。
4효는 음유(陰柔)로서 위에 거하여 초효의 강양(剛陽)과 서로 상응한다. 덜어내는 때에 강(剛)에 응하니, 능히 자신의 약점을 덜어내고 강양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좋지 못한 것(불선)을 덜어내고 선함을 따르는 것이다. 초효가 4효를 보태줌은 그 부드러움을 덜어내고 강함을 보태주어 그 좋지 못한 것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병을 덜어낸다’고 하였다. 질(疾)은 질병이니, 좋지 못한 것(불선)을 이른다.
損於不善,唯使之遄速則有喜而无咎。人之損過,惟患不速,速則不致於深過,為可喜也。
좋지 못한 것을 덜어냄에는 오직 그것을 매우 빠르게 하도록 해야 곧 기쁨이 있고 허물이 없게 된다. 사람이 허물을 덜어냄에는 오직 빠르지 못할까를 근심해야 하니, 빠르면 깊은 허물에 이르지 않아 가히 기뻐할 만하다.
損其所疾,固可喜也。云「亦」,發語辭。
(상전 해설) 그 병을 덜어내니 진실로 가히 기뻐할 만하다. (상전에서) ’역(亦)’이라 이른 것은 말을 꺼내는 발어사이다.
주자 『주역본의』
以初九之陽剛益己,而損其陰柔之疾。唯速則善。戒占者如是,則无咎矣。
초구의 양강(陽剛)으로써 자기를 보태주어 그 음유의 질병을 덜어낸다. 오직 빨라야 선(善)하다. 점치는 자를 경계하여 이와 같이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라 한 것이다.
제가 — 양씨(楊氏)
楊氏曰:物不得剛柔之中者,俱謂之疾。偏乎剛者,忿之疾也;偏乎柔者,欲之疾也。六四以柔居柔,偏乎柔者之疾也。得初九之陽以為應,損其疾者也。損其疾則喜者速矣。
양씨가 말하였다. 사물이 강과 유의 중(中)을 얻지 못한 것을 모두 ’병(疾)’이라 이른다. 강함에 치우친 것은 분노의 병이요, 유함에 치우친 것은 욕망의 병이다. 육사는 유로서 유(음자리)에 거하였으니 ’유에 치우친 자의 병’이다. 초구의 양을 얻어 호응함으로 삼으니 그 병을 덜어내는 자이다. 그 병을 덜어내면 곧 기뻐하는 자가 신속할 것이다.
제가 — 중계 장씨(中溪張氏)
中溪張氏曰:初言遄往,四言使遄。蓋初之遄,實四有以使之也。
중계 장씨가 말하였다. 초효는 ’빨리 간다(천왕)’고 말했고 4효는 ’빨리 오게 한다(사천)’고 말하였다. 대개 초효가 빨리 간 것은 실로 4효가 그를 빨리 오게 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제가 — 운봉 호씨(雲峰胡氏)
雲峰胡氏曰:六四與初九為應,初方已其事而速於益四。四以初之陽剛,而損其陰柔之疾。唯速則有喜,不然,彼方汲汲,此乃悠悠,非受益之道也。
운봉 호씨가 말하였다. 육사는 초구와 응한다. 초효가 바야흐로 그 하던 일을 멈추고 4효를 보태주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4효는 초효의 양강을 써서 자신의 음유한 질병을 덜어낸다. 오직 신속하게 해야 기쁨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저쪽(초효)은 바야흐로 급급한데 이쪽(4효)이 도리어 여유를 부리고 미적거리면, 이는 보탬을 받는 도가 아니다.
제가 — 광평 유씨(廣平游氏)
廣平游氏曰:有疾初无可喜,因人而去之,故曰亦可喜也。
광평 유씨가 말하였다. 병이 있음은 애초에 가히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나, 다른 사람(초효)으로 인하여 그것을 제거하였으므로 (상전에서) ’참으로(亦) 가히 기뻐할 만하다’고 한 것이다.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