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뇌수해(雷水解) 괘의 마지막 자리다. 상육은 위 진(震)의 맨 꼭대기, 환난이 풀리는 해(解)의 대단원에 놓인 음효다. 여섯 효 가운데 유일하게 음이 음의 자리에 있어 제자리를 바르게 얻었으니(得正), 후재 풍씨는 바로 이 점에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는 결론이 나온다고 보았다. 위기가 다 지나간 듯한 이 대단원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하나 남아 있다. 높은 담장 위에 앉아 끝까지 버티는 사나운 매다. 상육은 임금(육오)을 모시는 최고위 대신, 곧 ’공(公)’의 자리에서 활을 당겨 그 매를 쏘아 떨어뜨린다.
정이천은 이 매의 정체를 ’해로움이 견고하고 강한 자’로 풀었다. 담장은 안팎의 경계이니, 안에 있으면 아직 풀리지 않은 때요 담장 밖으로 나갔으면 이미 해로움이 없다. 그런데 이 매는 담장 위에 걸터앉아 안에서는 떨어졌으되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풀림이 극에 이른 때에 유독 풀리지 않고 남은 자, 그가 바로 앞서 수레를 훔쳐 타고 도적을 불러들이던 소인 육삼이다. 상육과 육삼은 위아래로 응(應)하는 자리이나 둘 다 음이라 정응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적이 되니, 이 화근을 끝까지 찾아 뽑아야 비로소 천하가 평안해진다.
주자는 이 효를 두고 다만 “계사전에 그 뜻이 갖추어져 있다”고만 하였다. 공자가 계사전에서 이 효사를 빌려 남긴 말이 그만큼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새매는 날짐승이요 활과 화살은 기물이며 쏘는 자는 사람이니, 군자는 기물을 몸에 감추어 두었다가(藏器於身)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待時而動). 정이천은 이를 이어, 화근을 푸는 방법은 ’기물(器)’이요 마땅히 풀려야 할 그 시점은 ’때(時)’라 하였다. 기물이 없거나 때를 기다리지 않고 함부로 쏘면 작게는 막히고 크게는 상하여 패망한다. 예로부터 일 벌이기를 좋아하면서 끝내 이루지 못하거나 도리어 엎어진 자들은 모두 여기서 어긋난 것이다.
삶에의 적용
내 영역을 침범하고 위에는 아부하며 나대는 눈엣가시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화가 나 당장 “너 내려오라” 소리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실력도 명분도 갖추지 못한 채 때 이르게 움직이면 오히려 내가 막히고 판이 엎어진다. 상육이 일러 주는 길은 정반대다. 분노를 밖으로 터뜨리지 말고 안으로 가라앉혀, 치명적인 실력과 반듯한 명분이 온전히 갖추어질 때까지 조용히 숨죽여 기다리는 것. 몸으로 익히면 이렇다. 활을 쏘려는 순간 온 관절과 호흡이 흔들림 없이 고요해야(靜) 화살이 과녁에 꽂힌다. 손끝이 떨리면 화살은 허공을 가른다. 그러니 평소에는 척추를 세우고 숨을 아랫배로 내려 힘을 안으로 감추고, 결정적인 그 한순간에만 망설임 없이 풀어놓으라. 기다림은 부드럽게, 결단은 단호하게 — 그것이 준비된 자의 완결이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公用射隼于高墉之上 獲之 无不利' — 공(公, 제후·임금에 준하는 자=上六)이 높은 담 위(高墉)의 새매(隼)를 쏘아(射) 잡으니(獲)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새매는 작은 새를 잡아먹는 해로운 새이니 소인(三효)의 상이다 — 三효는 위로 九四를 배신하고 아래로 九二를 올라타 위아래로 해치니, 上六과 상응이나 같은 음이라 도리어 원수가 되어, 上六이 이 새매(三효)를 쏘아 없앤다.
繫辭傳에 '새매는 날짐승(禽)이요, 활과 화살은 무기(器)요, 쏘는 자는 사람(人)이다 — 군자가 무기를 몸에 감췄다가(藏器於身) 때를 기다려 움직이니(待時而動), 무엇이 이롭지 않으랴(何不利之有)' 했다. 곧 해로운 소인을 잡으려면 무기(器)·때(時)·사람(人) 세 가지가 다 맞아야 하니 — 무기를 이뤄 감췄다가(器成) 때가 이르렀을 때(時) 사람이 쏘면 '걸림 없이 나가 반드시 잡는다(動而不括·出而有獲)'. (…)
解卦 여섯 효 중 上六만이 홀로 제자리(獨正)다 — 1·2·3·4·5는 자리가 다 틀렸고 上六 하나만 맞으니, 그래서 군자에 견준다. (…) 세상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나를 먼저 갖춰라 — 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순서이니, 나 하나서부터 나가야 한다. 건방지게 '나 아니면 안 된다'며 천하부터 잡으려는 것은 소인의 짓이다.
원문과 주석 — 상육 효사와 소상전, 그리고 정이천·주자·제가
효사와 소상전
上六,公用射隼于高墉之上,獲之,无不利。
상육은 공(公)이 높은 담장 위에 있는 새매를 쏘아 잡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석: 隼의 발음은 순과 윤의 반절이다.)
象曰:公用射隼,以解悖也。
상(象)에 이르기를, 공이 새매를 쏘는 것은 그로써 패역함(어그러짐)을 풀기 위함이다.
정이천 『이천역전』담장 위의 매 —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견고한 해로움
傳:上六尊髙之地,而非君位,故曰公。但據解終而言也。隼,鷙害之物,象為害之小人。墉,牆内外之限也。若在内則是未解之時也,若出墉外則是无害矣,復何所解?故在墉上,離乎内而未去也。云髙,見防限之嚴。而未去者,上,解之極也。解極之時而獨有未解者,乃害之堅強者也。
전(傳)에 이르기를, 상육은 존귀하고 높은 땅이나 군주의 자리는 아니므로 ’공(公)’이라 하였으니, 단지 해(解)의 끝에 근거하여 말한 것이다. 준(隼)은 모질고 해로운 짐승이니 해를 끼치는 소인의 상이다. 용(墉)은 담장이니 안팎의 한계다. 만약 안에 있다면 아직 풀리지 않은 때요, 담장 밖에 나갔다면 해로움이 없으니 다시 무엇을 풀겠는가. 그러므로 ’담장 위에 있다’는 것은 안에서는 떨어졌으나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은 것이다. ’높다(高)’고 한 것은 방어의 한계가 엄격함을 보인 것이다. 아직 떠나지 않은 자는 상(上)이니 해의 극치이다. 풀림이 극에 달한 때에 유독 아직 풀리지 않은 자가 있으니, 곧 해로움이 견고하고 강한 자이다.
장기어신 대시이동(藏器於身 待時而動) — 계사전의 뜻
上居解極,解道已至,器已成也,故能射而獲之。既獲之,則天下之患解已盡矣,何所不利?夫子於繫辭復伸其義曰:「隼者,禽也;弓矢者,器也;射之者,人也。君子藏器於身,待時而動,何不利之有?動而不括,是以出而有獲,語成器而動者也。」
상효는 해의 극치에 거하여 푸는 도(解道)가 이미 이르렀고 기물(능력)이 이미 완성되었으므로 능히 쏘아서 잡을 수 있다. 이미 잡았다면 천하의 환난이 다 풀린 것이니 어찌 이롭지 않은 바가 있겠는가. 공자께서 계사전에서 다시 그 뜻을 펼쳐 말씀하시기를, “새매는 날짐승이요 활과 화살은 기물이요 쏘는 자는 사람이다. 군자가 기물을 몸에 감추어 두고(藏器於身) 때를 기다려 움직이니(待時而動) 어찌 이롭지 않음이 있겠는가. 움직임에 묶이거나 막힘이 없으니(動而不括) 이 때문에 나서면 획득함이 있다”라고 하셨으니, 기물을 완성하고서 움직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鷙害之物在墉上,苟无其器與不待時而發,則安能獲之?所以解之之道,器也;事之當解與已解之之道至者,時也。如是而動,故无括結,發而无不利矣。括結,謂阻礙。
모질고 해로운 짐승이 담장 위에 있는데, 진실로 그 기물이 없거나 때를 기다리지 않고 쏜다면 어찌 능히 잡을 수 있겠는가. 그것을 푸는 도(방법)는 ’기물(器)’이요, 일이 마땅히 풀려야 함과 이미 푸는 도가 이른 것은 ’때(時)’이다. 이와 같이 움직이므로 묶이거나 맺힘이 없어 쏘면 이롭지 않음이 없다. 괄결(括結)은 막히고 거리낌을 이른다.
聖人於此發明藏器待時之義。夫行一身至於天下之事,苟无其器與不以時而動,小則括塞,大則喪敗。自古喜有為而无成功或顛覆者,皆由是也。
성인이 여기서 ’기물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뜻’을 밝히셨다. 무릇 한 몸의 행실로부터 천하의 일에 이르기까지, 진실로 그 기물이 없거나 때에 맞게 움직이지 않으면 작게는 막히고 크게는 상하고 패망한다. 예로부터 일 벌이기를 좋아하면서 성공함이 없거나 혹 엎어진 자들은 모두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
상전 해설 — 풀면 천하가 평화로워진다
傳:至解終而未解者,悖亂之大者也。射之所以解之也,解則天下平矣。
풀림(解)의 끝에 이르렀는데도 아직 풀리지 않는 자는 패역하고 어지러움이 큰 자이다. 그를 쏘는 까닭은 그것을 풀기 위함이니, 풀면 천하가 평화로워진다.
주자 『주역본의』
本義:繫辭備矣。解音蟹。
계사전에 그 뜻이 갖추어져 있다. (해의 발음은 해이다.)
제가(諸家)
중계 장씨(中溪張氏) — 높은 담장은 육삼이 훔쳐 앉은 높은 자리다
中溪張氏曰:公者,大臣之稱,即上六也。隼者,鷙害之禽也。六三其小人之鷙者乎?三負且乘竊據髙位,乃髙墉也。上與六三既无應,乃其敵也。故公用射六三之隼于髙墉之上,獲之无不利矣。
공(公)은 대신(大臣)의 칭호이니 곧 상육이다. 준(隼)은 모질고 해로운 새다. 육삼이 바로 그 소인의 모진 자가 아니겠는가. 삼효가 짐을 지고 수레를 타며 높은 자리를 훔쳐 차지했으니 곧 높은 담장(高墉)이다. 상효와 육삼은 이미 응(應)하지 않으니 곧 그 적이다. 그러므로 공이 육삼의 새매를 높은 담장 위에서 쏘아 잡아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절재 채씨(節齋蔡氏) — 패(悖)는 거스름이다
節齋蔡氏曰:悖,逆也。解悖,謂解三之悖逆而卒得其順也。
패(悖)는 거스르는 것이다. ’해패’는 삼효의 패역함을 풀어서 마침내 그 순조로움을 얻는 것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 ‘패’ 한 글자에 그 악함이 드러난다
雲峰胡氏曰:諸爻唯六三為小人之尤,亦可醜也。猶未見其為惡。以解悖也,悖之一字其惡著矣。
여러 효 중에 오직 육삼이 소인 중에서도 더욱 추한 자이나 아직 그가 악(惡)이 됨은 보이지 않았는데, ’해패’라고 함으로써 패(悖)라는 한 글자에 그 악함이 확연히 드러났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 여섯 효 중 홀로 바른 효라 군자로 상징한다
雲峰胡氏曰:九二剛中,視三柔而不中象狐之邪媚;上柔正,視三居剛不正又象隼之鷙害。繋辭以三為小人,以上為藏器待時之君子。卦六爻唯上六獨正,故又以象君子也。
구이는 강중(剛中)하여 삼효(유·부중)를 볼 때 여우의 사악함과 아첨으로 상징하였고, 상효는 유정(柔正)하여 삼효(강의 자리에 처해 부정함)를 볼 때 또 새매의 모질고 해로움으로 상징하였다. 계사전에서 삼효를 소인으로, 상효를 기물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군자로 삼았다. 이 괘의 여섯 효 중에 오직 상육만이 홀로 바르기(獨正) 때문에 또 음효임에도 군자로 상징한 것이다.
易於震動多有戒辭,今於動之極而曰无不利。自坎而進於震,經歴險阻而後動,動必不妄也。繫辭曰待時而動,待解終也;曰成器而動,器至終而成也。
주역에서 진(震)의 움직임에는 경계하는 말씀이 많은데, 지금 움직임의 극치에 이르러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다. 감(坎, 험함)으로부터 나아가 진(震)에 이르기까지 험하고 막힌 것을 겪은 뒤에 움직이니, 그 움직임이 반드시 망령되지 않은 것이다. 계사전에서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 함은 해(解)의 끝을 기다림이요, ‘기물을 완성하고 움직인다’ 함은 기물이 끝에 이르러야 완성됨을 이른 것이다.
후재 풍씨(厚齋馮氏) — 홀로 제자리를 얻은 효라 무불리하다
厚齋馮氏曰:解之時,諸爻皆不當位,故以二五得中為貴。以剛爻皆出險為尚。唯上一爻當位,故无不利也。
해의 때에는 여러 효가 모두 자리에 합당치 않으므로 이효와 오효가 중(中)을 얻은 것을 귀하게 여겼고, 강효가 모두 험함을 빠져나온 것을 숭상하였다. 오직 상효 한 효만이 제자리(當位)를 얻었으므로 ’무불리’한 것이다.
건안 구씨(建安丘氏) — 해(解)는 소인을 제거하는 괘, 여섯 효의 대지(大旨)
建安丘氏曰:解,散也,散天下之難也。然小人者難之根,故蹇難之後,猶當思於去小人。解,去小人之卦也。
해는 흩어지는 것이니 천하의 환난을 흩어지게 함이다. 그러나 소인이라는 자는 환난의 뿌리이므로, 건난(어려움)의 뒤에는 오히려 마땅히 소인을 제거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 해(解)는 소인을 제거하는 괘이다.
在卦以六三一陰為主,其爻曰「負且乘,致冦至」,言三以小人陰險之才,處非其據而召天下之兵也。在諸爻皆欲去三者:二在三下而言獲狐者,獲三也;四處三上而言解拇者,解三也;上與三應而言射隼者,射三也;五解之王而言有孚于小人者,退三也。
괘를 보면 육삼 한 음(陰)을 위주로 하였으니, 그 효사에 “짐을 지고 수레를 타니 도적을 부른다”고 한 것은 삼효가 소인의 음험한 재주로 근거 없는 곳에 처하여 천하의 군대를 부른 것을 말한다. 여러 효들이 모두 삼효를 제거하고자 하니, 이효는 삼효 아래 있으면서 ’여우를 잡는다(獲狐)’고 했으니 삼효를 잡는 것이요, 사효는 삼효 위에 있으면서 ’발가락을 푼다(解拇)’고 했으니 삼효를 떼어내는 것이요, 상효는 삼효와 응하면서 ’새매를 쏜다(射隼)’고 했으니 삼효를 쏘는 것이요, 오효는 해의 왕으로서 ’소인에게 믿음을 둔다(有孚于小人)’고 했으니 삼효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觀上下諸爻,莫不一唯六三之去。小人不去,難根不除,此作易正人之所深懼也。唯初六才柔位卑,不任解難之責,故爻无他辭,但曰无咎而已。此解六爻之大旨也。
위아래 여러 효를 관찰해 보면 하나같이 오직 육삼(소인)을 제거하는 데 몰두하지 않음이 없다. 소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환난의 뿌리가 제거되지 않으니, 이것이 주역을 지은 바른 사람(성인)이 깊이 두려워하신 바이다. 오직 초육만이 재주가 유약하고 지위가 낮아 환난을 푸는 책임을 맡지 않았으므로 효사에 다른 말씀 없이 단지 ’무구(허물이 없다)’라고만 했을 뿐이다. 이것이 해(解) 괘 여섯 효의 대지(大旨)이다.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