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는 스스로를 기를 힘이 없는 음유(陰柔)의 자리다. 원래 기름(頤)의 이치는 위가 아래를 먹여 살리는 것이 순리인데, 육이는 배가 고프다고 그 방향을 거꾸로 뒤집는다. 아래에 있는 초구에게 손을 벌리니 이것이 “전이(顚頤)” — 턱이 뒤집힌 형국이며, 떳떳한 도리를 어기는 “불경(拂經)“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지 거꾸로 흐르면 이치가 아니다.
그렇다고 위쪽에 기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효 또한 음(陰)이라 응(應)이 없으니, 육이는 갈 데가 없어 저 멀리 높은 언덕처럼 보이는 상구(丘)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상구는 자신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자리다. 명분 없이 무작정 찾아가 먹여 살려 달라 청하면 문전박대와 망신만 남는다. 그래서 “가면 흉하다(征凶)“이다.
소상전은 그 흉함의 까닭을 “행실류(行失類)” — 가서 그 무리(품격·법도)를 잃었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육이가 다른 괘에서는 중정(中正)의 좋은 자리이지만 이 괘에서 흉한 것은 오직 ’때(時)’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제가(諸家)의 분석이 날카롭다. 같은 음효라도 하괘 진(震)에 있는 육이는 아래턱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니 배고픔을 못 이겨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품격을 잃고, 상괘 간(艮)에 멈춰 있는 육사·육오는 자리를 지키므로 도움을 받는다. 움직임(動) 자체가 흉의 뿌리다.
삶에 이를 적용하면 이렇다. 자금이 부족하고 인맥이 없어 마음이 급할 때, 무작정 미팅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곧 ’행(行)’이며 ’실류(失類)’다. 배고픔은 죄가 아니지만, 배고프다고 아무 데나 꼬리를 치면 결국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다. 힘들수록 허리를 펴고 움직임을 줄여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 수련에서 말하는 정(靜)과 안정(安靜)이 여기서 그대로 몸의 언어가 된다. 무게를 잡고 호흡을 고르면 밥그릇도 지켜지고, 안정이 깨지면 밥그릇도 깨진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전이(顚頤)라 하면 턱을 거꾸로 하는지라 — 먹고 사는 방법을 위로 안 하고 거꾸로 1번한테 의지해서 먹고 살려고 한다. 그러니까 거꾸로지, 거꾸러질 전(顚)자지. 그런지라 불경(拂經)이니 — 큰 법, 방법을 어기는 거다. 위에서 아랫사람을 먹여 살리는 게 큰 법인데, 거꾸로 밑에 있는 놈한테 갔으니 법을 어겼다."
"6번은 위에 있으니까 언덕(于丘)이 높게 보인다. 육이는 갈 데도 없어 고개를 돌려보니 1번이 능력이 있다, 가보려고 했는데 거기 전이(顚頤)가 된다. 6번 큰 언덕에 먹고 살기 위해서 정(征)하면 — 급히 가면 이제는 너무 늦었고 너무 방황을 해서 흉하리라, 죽을 확률이 많으리라."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
효사
六二,顚頤,拂經。于丘頤,征凶。
육이는 턱을 뒤집어(거꾸로 기름을 구하여) 떳떳한 도리를 어기니, 언덕(상구)에게 기름을 구하러 가면 흉하다.
소상전
象曰:六二征凶,行失類也。
소상전에 이르길, ’육이가 가면 흉하다’는 것은 가서 그 류(類·무리·법도)를 잃기 때문이다.
정이천『이천역전』
二既不能自飬,必求飬於剛陽。若反下求於初,則為顛倒,故云顛頤。顛則拂違常經,不可行也。
육이는 이미 스스로를 기르지 못하므로 반드시 강양(양효)에게 기름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도리어 아래로 내려가 초구에게 구한다면 이는 전도(뒤집힘)된 것이다. 그러므로 ’전이’라 했다. 뒤집히면 떳떳한 도리를 거스르고 어기는 것이니 가히 행할 수 없다.
若求飬于丘,則往必有凶。丘,在外而髙之物,謂上九也。卦止二陽,既不可顛頤于初,若求頤于上九,往則有凶。
만약 ’언덕에게 기름을 구한다’면 가면 반드시 흉함이 있다. ’구(언덕)’는 밖에 있으면서 높은 물건이니 상구를 이른다. 이 괘에는 양이 단 둘뿐인데, 이미 아래의 초구에게 거꾸로 구할 수도 없고, 만약 상구에게 기름을 구하러 간다면 흉함이 있다.
征而從上則凶者,非其類故也。往求而失其類,得凶宜矣。
가서 위(상구)를 따르면 흉하다는 것은 그(육이)의 짝(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서 구하다가 그 류를 잃어버렸으니 흉함을 얻는 것이 마땅하다.
六二中正,在他卦多吉,而凶何也?曰:時然也。
육이는 중정한데 다른 괘에서는 대부분 길하다 하면서 유독 이 괘에서만 흉한 것은 어째서인가? 답하기를, 때(時)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주자『주역본의』
求飬於初,則顛倒而違於常理;求飬於上,則往而得凶。丘,土之髙者,上之象也。
초구에게 기름을 구하면 전도되어 떳떳한 이치를 어기는 것이 되고, 상구에게 기름을 구하면 가서 흉함을 얻는다. ’구(언덕)’는 땅의 높은 것이니 상효의 상이다.
初上皆非其類也。
초구와 상구가 모두 그(육이)의 류(짝)가 아니다.
운봉 호씨
雲峯胡氏曰:初上二陽,衆隂所資以飬者也。二在初之上,反受飬於初,則為顛頤;又違五正應,則為拂經。若往而求飬於上,必有凶。
초구와 상구 두 양은 뭇 음들이 힘입어 길러지는 자이다. 이효는 초효 위에 있으면서 도리어 초효에게 기름을 받으니 ’전이’가 되고, 또 오효와의 정응을 어겼으니 ’불경’이 된다. 만약 가서 상구에게 기름을 구한다면 반드시 흉하다.
六二在他卦為柔順中正,在頤則為動於口體。初動於六四,二則下為初九所動,上為上九所動,兩有所從,一无所利。
육이가 다른 괘에서는 유순중정이나 이(頤) 괘에서는 ’입과 몸이 움직이는 것’이 된다. 이효는 아래로는 초구에게 움직임을 당하고 위로는 상구에게 움직임을 당하니, 양쪽으로 좇는 바가 있으나 하나도 이로울 바가 없다.
쌍호 호씨(호일계)
雙湖胡氏曰:二之顛頤與四同,拂經與五同。而吉凶異者,頤飬之道,以安靜為无失。
육이의 ’전이’는 사효와 같고 ’불경’은 오효와 같다. 그런데도 길흉이 다른 까닭은, 기르는 도는 ’안정(安靜)’으로써 실수가 없음을 삼기 때문이다.
二動體,故顛拂而凶;四五靜體,故雖顛拂亦吉。震三爻凶,艮三爻吉,可見矣。
이효는 움직이는 체(진괘)이므로 전도되고 어그러지면 흉하다. 반면 사효와 오효는 고요한 체(간괘)이므로 비록 전도되고 어그러져도 길하다. 하괘 진(震)의 세 효는 흉하고 상괘 간(艮)의 세 효는 길함을 가히 볼 수 있다.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