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육오는 임금의 자리에서 크게 쌓는 때의 중심을 맡는다. 그가 상대할 구이는 이미 다 자란 힘이다. 어린 소를 울타리로 막던 육사와 달리, 여기서는 날 선 이빨을 가진 멧돼지를 마주한다. 힘으로 그 이빨을 꺾으려 하면 다치는 것은 오히려 다스리는 쪽이다. 묶고 얽어매도 성난 성질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서 효사는 “거세한 돼지의 이빨(豶豕之牙)“이라 한다. 이빨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빨을 휘두르게 만드는 근원의 기세를 제거하는 것이다. 기세가 사라지면 이빨은 그대로 있어도 물지 않는다. 이것이 정이천이 말한 발본(拔本), 곧 뿌리를 다스리는 지혜다. 현상과 싸우지 않고 원인을 다스리니 수고롭지 않고도 다스려진다.
정이천은 이 이치를 사회로 넓힌다. 백성이 도둑질하는 것은 굶주리기 때문이다. 형벌을 날마다 시행해도 이익을 탐하는 마음은 이기지 못한다. 먹고살 생업을 주고 염치를 가르치면, 상을 주며 시켜도 훔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을 멈추는 도는 그 근본을 알고 요점을 얻는 데 있다. 육오의 길함이 단순한 길함을 넘어 “경사(有慶)“인 까닭이 여기 있다. 한 사람의 다스림이 온 세상의 풍속을 바꾸는 복이 되기 때문이다.
삶에의 적용
반복되는 문제와 마주할 때, 겉으로 드러난 이빨과 씨름하는 것은 하책이다. 자신 안에서 같은 실수, 같은 화, 같은 습관이 되돌아온다면 그것을 억누를 의지력을 더 쥐어짤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라나는 자리를 살펴야 한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조급함은 다시 성마름으로 터진다. 그러니 다스림은 늘 아래에서 시작된다. 잠을 고르게 하고, 끼니를 챙기고, 몸을 움직여 기운의 뿌리를 순하게 하는 것이 곧 거세의 지혜다. 급소를 짚는 사람은 힘을 쓰지 않는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돼지는 어금니가 강하기 때문에, 어릴 때 어금니를 빼버리면 돼. 꼭 어금니를 뺀다 안 뺀다가 문제가 아니고, 세력을 제거하라는 것을 그 물질에 비유한 거다. '방기아상(方其牙·禦其牙)'—그 어금니 같은 세력을 막아내라 하는 말이다. 강자는 미리 못 쓰도록 망쳐 놓아라."
"위에 있는 자(임금)는 악이 어떻게 오는가 그치게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엄한 형벌을 써서 백성의 욕심을 해결하려 한즉, 그 상처만 많고 심하고 성공은 없다(其傷甚而无功). 만약 그 근본을 알아서 제재하는 데 방법이 있은 즉(制之有道), 수고롭지 않고 상처도 없으면서 속세 풍속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不勞而俗革). 범죄가 된 뒤에 법 쓰지 말고 미리 방어하라."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정이천·주자·제가
효사(爻辭)
六五, 豶豕之牙, 吉.
육오는 거세한 돼지의 이빨이니, 길하다.
소상전(小象傳)
象曰, 六五之吉, 有慶也.
상전에 이르길, 육오의 길함은 경사가 있는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六五居君位, 止畜天下之邪惡. 夫以億兆之衆, 發其邪欲之心, 人君欲力以制之, 雖宻法嚴刑, 不能勝也.
육오는 임금의 자리에 거하여 천하의 사악함을 멈추게 하고 쌓아두는 자이다. 억조창생의 무리가 그 사악한 욕심을 발할 때, 인군이 힘으로 그것을 제압하고자 하면 촘촘한 법망과 엄한 형벌이라도 능히 이겨낼 수 없다.
夫物有總攝, 事有機㑹. 聖人操得其要, 則視億兆之心猶一心, 道之斯行, 止之則戢. 故不勞而治, 其用若豶豕之牙也.
사물에는 총괄하여 다스림이 있고 일에는 기틀과 기회가 있다. 성인이 그 요점을 잡으면 억조의 마음 보기를 한 마음처럼 하여, 인도하면 행하고 멈추게 하면 거두어들이니 수고롭지 않고도 다스려진다. 그 쓰임이 마치 거세한 돼지의 이빨과 같다.
若豶去其勢, 則牙雖存, 而剛躁自止. 其用如此, 所以吉也.
불알을 까서 그 기세를 제거하면 이빨이 비록 남아있어도 강하고 조급함이 저절로 멈춘다. 그 쓰임이 이러하므로 길하다.
象傳: 在上者不知止惡之方, 嚴刑以適民欲, 則其傷甚.
위에 있는 자가 악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엄한 형벌로 백성의 욕망을 대적하면 그 상처가 심하다.
주자『주역본의』
陽已進而止之, 不若初之易矣. 然以柔居中而當尊位, 是以得其機㑹而可制. 故其象如此. 占雖吉而不言元也.
양이 이미 나아왔으니 그를 멈추게 함이 초효의 쉬움만 못하다. 그러나 유로써 중에 거하고 존귀한 자리에 당해 있으므로 그 기회를 얻어 제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상이 이와 같다. 점은 비록 길하나 ’원(元)’을 말하지는 않았다.
제가(諸家)
진재 서씨(徐幾):
進齋徐氏曰, 牡豕曰豭, 攻其特而去之曰豶, 所以去其勢也. 豕之害物在牙. 人不能去其牙之猛利, 惟去其勢以絶其剛躁之性, 則牙雖存, 亦不能害物矣. 豕牙, 二也; 豶之者, 五也.
수퇘지를 ’가(豭)’라 하고 그 수컷의 성질을 공격하여 제거함을 ’분(豶)’이라 하니 그 기세를 제거하는 것이다. 돼지가 사물을 해치는 것은 이빨에 있다. 사람이 그 이빨의 맹렬함을 직접 제거할 수는 없으나 오직 그 기세를 제거하여 강하고 조급한 성질을 끊으면 이빨이 있어도 해치지 못한다. 돼지의 이빨은 구이이고 거세하는 자는 육오이다.
운봉 호씨(胡炳文):
雲峯胡氏曰, 四五下畜二剛. 盖取牿牛防其角·豶豕防其牙之象也. 若知其本·制之有道, 則不勞无傷, 而俗革, 天下之福慶也.
사효와 오효는 아래의 두 강(초구·구이)을 멈추게 한다. 대개 사효는 소를 길들여 뿔을 막는 상을, 오효는 돼지를 거세하여 이빨을 막는 상을 취했다. 그 근본을 알고 제어함에 도가 있으면 수고롭지 않고 상함도 없이 풍속이 바뀌니 이것이 천하의 복이자 경사이다.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