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빛을 본다
육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의 빛을 보니(觀國之光), 왕에게 손님으로 대접받음이 이롭다(利用賓于王).” 우리가 매일 쓰는 관광(觀光)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그 뜻은 경치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데 있지 않다. 한 나라의, 한 집단의 찬란한 덕과 문명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 그것이 관광의 본래 뜻이다.
육사는 운이 좋다. 바로 위에 강양중정(剛陽中正)한 구오라는 성군이 있고, 육사는 그와 가장 가까이 있어 그 밝음을 정면으로 본다. 정이천은 “보는 것은 가까운 것보다 밝은 것이 없다”고 했다. 어진 임금에게 가까이 있을수록 그 성대한 덕과 광휘를 보고 혜택을 입는다. 그런데 육사가 본 것은 임금 한 사람의 몸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다스림이다. 정이천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는다. 임금의 도덕은 그 한 몸의 행실이 아니라 천하의 정사와 교화로 드러나기 때문에, 굳이 임금을 가리키지 않고 나라의 빛이라 한 것이다. 운봉 호씨는 이를 더 정밀하게 나눈다. 구오가 스스로를 볼 때는 나의 생(生)이라 하고, 육사가 구오를 볼 때는 빛(光)이라 한다. 원천에서 나오는 것은 생이요, 이미 나라 전체에 도달한 결과가 빛이다.
빛을 보았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 빛 곁으로 나아가되, 부하나 월급쟁이가 아니라 손님(賓)이 되라 한다. 옛날에 어진 덕을 갖춘 이가 있으면 임금이 그를 손님으로 예우하여 스승으로 삼았다. 재주와 덕을 품은 이가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보필하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상빈(尚賓)의 뜻이다.
삶에의 적용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두운가, 밝은가. 이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것이 이 효의 수양이다. 어두운 곳에서 애써 눈을 부릅뜬다고 빛이 보이지는 않는다. 빛이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겨야 한다.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광이며, 옛사람이 비상한 만남(非常之遇)이라 부른 귀한 기회다. 다만 손님이 되어 오르는 마음이 자기 영달에 있으면 그 빛도 곧 어두워진다. 좋은 배에 오르는 것은 비굴함이 아니지만, 그 배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순간 손님의 자리를 잃는다. 빛을 보았다면 주저 없이 나아가되, 나아가는 뜻이 어디를 향하는지 몸으로 물어야 한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벼슬을 해서 부하 똘마니가 되지 말고 가까운 손님이 되면은 스승도 될 수 있고 친구도 될 수 있고 — 너는 내 스승을 하던지, 너는 나를 도우니 참 고마운 손님이지 내 밑에 벼슬아치가 아니구나, 이 정도로 노력한다면 참 이로울 거니라(利用賓于王)."
원문과 주석 — 효사·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
효사(爻辭)·상전(象傳)
六四,觀國之光,利用賓于王。
육사는 나라의 빛을 보니, 왕에게 손님으로 대접받음이 이롭다.
象曰:觀國之光,尚賓也。
상전에 이르길, 나라의 빛을 본다는 것은 손님 되기를 숭상함이다.
정이천『이천역전』
觀莫明於近。五以剛陽中正居尊位,聖賢之君也。四切近之,觀見其道,故云觀國之光。觀見國之盛德光輝也。不指君之身而云國者,在人君而言,豈止觀其行一身乎?當觀天下之政化,則人君之道德可見矣。
보는 것은 가까운 것보다 밝은 것이 없다. 구오는 강양중정으로 높은 자리에 있으니 성현의 임금이다. 육사는 매우 가까우니 그 도를 보게 되므로 나라의 빛을 본다고 했다. 나라의 성대한 덕과 광휘를 보는 것이다. 임금의 몸을 가리키지 않고 나라라고 한 것은, 인군에게 있어 어찌 그 일신의 행실만 보겠는가. 마땅히 천하의 정사와 교화를 보면 그 임금의 도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四雖陰柔,而巽體居正,切近於五,觀見而能順從者也。利用賓于王,夫聖明在上,則懷抱才德之人,皆願進於朝廷,輔戴之以康濟天下。四旣觀見人君之德、國家之治,光華甚美,所宜賓于王朝,效其智力,上輔於君,以施澤天下,故云利用賓于王也。古者有賢德之人,則人君賓禮之,故士之仕進於王朝,則謂之賓。
육사는 비록 음유하나 손(巽)체이며 정위에 거하고 오효와 가까워 보고서 능히 순종하는 자이다. 왕에게 빈객이 됨이 이롭다는 것은, 성명한 군주가 위에 있으면 재덕을 품은 사람들이 모두 조정에 나아가 그를 보필하여 천하를 편안히 구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육사가 임금의 덕과 국가의 다스림이 빛나고 아름다움을 보았으니, 마땅히 왕조의 빈객이 되어 지혜와 힘을 바쳐 임금을 보필하고 천하에 은택을 베풀어야 한다. 옛날에 현덕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임금이 손님으로 예우하였으므로, 선비가 왕조에 나아가 벼슬함을 빈(賓)이라 한다.
상전 풀이(정이천): 군자가 재주와 업적을 품고 뜻을 천하를 겸하여 선하게 함에 두지만, 재주를 거두어 스스로 지키는 것은 밝은 임금이 없어 그 도를 써주지 않는 부득이함이지 군자의 본뜻이 아니다. 맹자가 “천하의 중심에 서서 사해의 백성을 안정시킴을 군자가 즐거워한다”고 했으니, 나라의 성대한 덕과 광화를 봄은 옛사람이 이른 비상한 대우(非常之遇)이다. 상(尚)은 뜻이 왕조의 빈객이 되기를 사모함이다.
주자『주역본의』
六四最近於五,故有此象。其占為利於朝覲仕進也。
육사는 구오와 가장 가까우므로 이러한 상이 있다. 그 점은 조정에 나아가 뵙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데 이롭다.
제가(諸家)
동계 왕씨(왕신자): 관(觀)괘에서는 양과 멀면 어둡고(晦), 양과 가까우면 밝다(明)고 한다.
한상 주씨(주진): 옛날에 제후가 왕에게 들어가 뵐 때 왕이 빈례로 대우했고, 선비로서 아직 녹봉을 받지 않은 자도 빈객으로 대우했다.
운봉 호씨(호병문): 관국지광 네 글자는 아래로 동관·규관과 반대되고 위로 구오의 관아생과 응한다. 나라의 빛이 곧 구오의 나의 생이다. 오효가 스스로 볼 때는 생(生)이라 하니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요, 사효가 오효를 볼 때는 광(光)이라 하니 이미 나라에 도달한 것이다. 임금의 생을 가리키지 않고 나라라 한 것은, 나라에 도달한 빛을 보면 그것이 임금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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