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감을 끌어당겨 멈추는 첫걸음
기제(旣濟)는 이미 다 건넌 때다. 초구는 그 다 이룬 상황이 막 시작되는 첫 자리에서, 양강(陽剛)으로 바른 자리를 얻고 있다. 아래 하괘 리(離)는 불이니 위로 타오르려 하고, 위로는 육사와 응(應)이 있어 나아가려는 뜻이 송곳처럼 예리하다. 그러나 이미 건넌 때에 더 나아가면 후회와 허물에 미친다. 그래서 수레바퀴를 뒤로 끌어당기고(曳其輪), 여우가 꼬리를 적시듯(濡其尾) 스스로 나아감을 멈추어야 허물이 없다.
바퀴는 본디 나아가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거꾸로 끌어당겨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짐승이 물을 건널 때는 꼬리를 들어야 하는데, 꼬리를 적시면 건너지 못한다. 두 상(象) 모두 “가고 싶으나 가지 않는다”는 한 뜻이다. 정이천은 “기제의 처음에 능히 그 나아감을 멈추면 허물이 없고, 멈출 줄을 모르면 허물에 이른다”고 했다. 나아갈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아갈 힘이 있는데도 스스로 거두는 것이 이 효의 핵심이다.
주자는 이를 “건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건너려 하되 감히 가볍게 건너지 않는 것”이라 풀었다. 겨울에 살얼음 낀 냇물을 건너듯, 위험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는 신중함이다. 성공의 여세를 그대로 몰아 다음 일로 곧장 뛰어들려는 순간이야말로 화근이 싹트는 자리다.
삶에의 적용
일이 하나 이루어지면 몸은 그 흥분과 관성으로 곧장 다음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초구는 바로 그 순간, 발을 한 박자 늦추라 한다. 좋은 수련을 한 뒤 “더 하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올 때 강도를 끌어당겨 멈추는 것, 성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오를 때 그 조짐을 미리 끊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예기륜(曳其輪)이다. 잘 달릴수록 처박히기 쉽고, 잘 건널수록 빠지기 쉽다.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만큼이나, 그 힘을 제 손으로 거둘 줄 아는 절제가 몸의 공부다.
훈장님의 풀이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曳其輪(수레바퀴를 끈다): 수레가 고장 나거나 기름이 없어 질질 끌어야 움직이지 못한다. 잘 달리면 곧장 가다 처박혀 죽으니, 차가 고장 나 있어야 산다.
濡其尾(꼬리를 적신다): 여우는 물 건널 때 꼬리를 위로 올려 적시지 않고 건너간다 — 꼬리가 젖으면 여우는 건너기를 포기한다(못 건넌다). 그 정도로 조심하면 허물이 없다. 잘 건너고 잘 달리면 도리어 죽는다.
서두르지 마라 — 노자 「與兮若冬涉川」(참여함이여, 겨울 냇물을 건너듯), 겨울 냇물은 얼음이 깨질까 위험하니 위험을 느끼며 천천히 건너가는 마음으로 가라. 무서워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는다. 성인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 그래서 성인이다. 천천히 돌아가도 일찍 성공하고, 조급하면 실패한다.
원문과 주석 — 경문·소상전과 정이천·주자·제가의 풀이
경문(經文)
初九, 曳其輪, 濡其尾, 无咎.
초구는, 수레바퀴를 끌어당기고 꼬리를 적시니 허물이 없다.
소상전(小象傳)
象曰: 曳其輪, 義无咎也.
상(象)에 말하기를, 수레바퀴를 끌어당기는 것은 의리상 허물이 없는 것이다.
정이천(程伊川)『이천역전』
初以陽居下, 上應於四, 又火體, 其進之志鋭也. 然時既濟矣, 進不已則及於悔咎. 故曳其輪, 濡其尾, 乃得无咎. 輪所以行, 倒曳之使不進也. 獸之涉水, 必揭其尾, 濡其尾則不能濟. 方既濟之初, 能止其進, 乃得无咎. 不知已則至於咎也.
초효는 양으로 아래에 거하고 위로 사효에 응하며, 또 불(火) 체이니 나아가려는 뜻이 날카롭다. 그러나 때가 이미 기제이니 나아감을 멈추지 않으면 후회와 허물에 미친다. 그러므로 수레바퀴를 끌어당기고 꼬리를 적시면 곧 허물이 없다. 바퀴는 가게 하는 것이니 거꾸로 끌어당겨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짐승이 물을 건너려면 반드시 꼬리를 들어야 하니, 꼬리를 적시면 건너지 못한다. 바야흐로 기제의 처음에 능히 그 나아감을 멈추면 곧 허물이 없다. 자기 멈출 줄을 모르면 허물에 이르는 것이다.
既濟之初, 而能止其進, 則不至於極, 其義自无咎也.
(상전) 기제의 처음에 능히 그 나아감을 멈추면 극에 이르지 않으니, 그 의리가 스스로 허물이 없는 것이다.
주자(朱子)『주역본의』
輪在下, 尾在後, 初之象也. 曳輪則車不前, 濡尾則狐不濟. 既濟之初, 謹戒如是, 无咎之道. 占者如是則无咎矣.
바퀴는 아래에 있고 꼬리는 뒤에 있으니 초효의 상이다. 바퀴를 끌어당기면 수레가 나아가지 못하고, 꼬리를 적시면 여우가 건너지 못한다. 기제의 처음에 삼가고 경계함이 이와 같으면 허물이 없는 도이다. 점치는 자가 이와 같으면 허물이 없는 것이다.
朱子曰: 曳輪濡尾, 是只爭些子. 時是欲到與未到之間. 不是不欲濟, 是要濟而未敢輕濟. 如曹操臨敵意思安閒, 如不欲戰. 老子所謂與兮若冬涉川之象. 涉則畢竟涉, 只是畏那寒了未敢便涉.
주자가 말하기를: “’예륜유미’는 다만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다. 때가 이르고자 하는 것과 아직 이르지 않은 사이이다. 건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건너려 하되 감히 가볍게 건너지 않는 것이다. 조조가 적에 임하여 뜻이 한가하되 전쟁하고 싶지 않은 듯한 것과 같고, 노자가 이른바 ’겨울에 냇물을 건너는 듯 머뭇거린다’는 상과 같다. 건너기는 결국 건너되 다만 추위를 두려워하여 아직 감히 곧바로 건너지 않는 것이다.”
임천 오씨(臨川吳氏)
既濟之初, 可以濟而守正不遽進也. 如車將濟水而曳其輪, 狐將濟水而濡其尾. 雖不遽濟而終可濟, 故无咎.
기제의 처음에 가히 건넬 수 있으나 바름을 지켜 급히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수레가 장차 물을 건너려 하나 바퀴를 끌어당기고, 여우가 장차 물을 건너려 하나 꼬리를 적시는 것과 같다. 비록 급히 건너지 않으나 끝내 건널 수 있으므로 허물이 없다.
중계 장씨(中溪張氏)
輿以輪而行, 曳其輪則不前, 不亟行也. 獸必揭其尾而後濟, 濡其尾則不掉, 不速濟也. 初以剛居剛而應乎四, 當濟之始, 勇於上進, 故以此戒之.
수레는 바퀴로 가니 바퀴를 끌어당기면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요, 급히 가지 않는 것이다. 짐승은 반드시 꼬리를 들어야 건너니 꼬리를 적시면 흔들지 못하는 것이요, 빨리 건너지 않는 것이다. 초효가 강으로 강 자리에 거하여 사효에 응하니, 건넘의 시작을 당하여 위로 나아가기에 용감하므로, 이것으로써 경계한 것이다.
융산 이씨(隆山李氏)
徐進而不躐等, 无咎之道也.
서서히 나아가 등급을 넘지 않는 것이 허물이 없는 도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九剛動之才有輪象, 初一卦之後有尾象. 輪所以行, 此既濟之時也, 而有未濟之象. 謹戒如此, 蓋欲濟而未肯輕也, 故无咎.
구(九)는 강하고 움직이는 재주이니 바퀴의 상이 있고, 초효는 한 괘의 뒤이니 꼬리의 상이 있다. 바퀴는 가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기제의 때이나 미제의 상이 있는 것이다. 삼가고 경계함이 이와 같으니, 대개 건너고자 하되 가볍게 하려 하지 않는 것이므로 허물이 없다.
출전: 경문·소상전 및 주석 원문은 주역전의대전(정이천『이천역전』·주자『주역본의』·제가 잔주)을 따름.
태극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