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火明夷 · 64괘 사전

上六 — 不明晦

上六,不明晦。初登于天,後入于地。
천하를 비추던 밝음이 법칙을 잃고 남을 상하게 하는 지배욕으로 타락함 — 절대권력에 취해 자신이 만든 어둠을 보지 못하는 오만상효 — 곤(坤) 어둠의 끝, 명이(明夷)를 일으킨 폭군(暗君)의 자리. 밝음이 상함의 극치에 이른 종점구삼과 정응이나 그 천생연분이 도리어 원수 — 밝음(九三)이 마침내 이 어둠을 정벌하는 관계오만/파멸

풀이

명이(明夷)는 밝음(離)이 땅(坤) 속으로 들어간 어둠의 괘다. 상육은 그 어둠의 맨 끝, 곧 이 암흑을 만든 임금(暗君)의 자리다. 아래 다섯 효는 모두 ‘명이(明夷)’ — 밝음을 지녔다가 상처 입은 자들이라 불리는데, 유독 상육만은 ’명이’라는 말이 없이 ‘불명회(不明晦)’, 곧 밝지 않고 어둡다고 한다. 상처 입은 자가 아니라 남을 상처 입히는 근원적 어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하늘 높이 올라 사방을 비추는 듯했으나(初登于天), 법칙과 도리를 잃어(失則) 결국 땅속 가장 깊은 어둠으로 추락한다(後入于地).

정이천은 이렇게 풀었다. 상효는 지극히 높은 자리이니 본래 밝음이 멀리까지 비추어야 하는데, 그 밝음이 이미 상하여 도리어 혼미하고 어두워졌다. 처음의 밝음이 끝의 어둠이 된 것은 ‘도(則)를 잃었기’ 때문이다. 주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처음에는 높은 지위에 처하여 남의 밝음을 상하게 했으나, 끝내는 반드시 스스로 상하게 되어 그 목숨을 추락시키는 데(墜厥命) 이른다. 남을 다치게 한 칼끝이 마침내 제 목을 겨눈다는 것이다.

그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짚은 이가 원나라 역학자 건안 구씨다. 명이 육이는 남에게 상처를 입은 자였으나 법칙에 순응했기(順則) 때문에 마침내 제 밝음을 온전히 하여 화를 면했고, 상육은 남의 밝음을 상하게 한 자였으나 법칙을 잃었기(失則)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잃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이르렀다. 상처 입음과 온전함을 가른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오직 ‘칙(則)’, 곧 지켜야 할 법칙과 도리 하나였다. 변화의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이 효는 무겁게 말한다. 높이 오른 자리일수록 붙들어야 할 것은 더 큰 권력이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비판(밝음)을 짓눌러 제거하는 것은 스스로 눈과 귀를 파내는 자해이며, 그렇게 만든 어둠은 언젠가 반드시 자신을 삼킨다.

삶에의 적용

권력이나 성취의 정점에 서면 오만이 소리 없이 스며든다. 스스로 가장 높이 올랐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실은 발밑의 지반이 가장 얕아지는 때다. 몸으로 옮겨 보면 분명해진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높이 솟구칠수록 하체를 더 낮추고 뿌리를 땅에 내려야 한다. 겨루기에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렸다고 확신하며 체중을 온통 앞으로 쏟는 순간, 상대가 몸을 비우면 그 큰 힘은 허공을 갈라 도리어 나를 앞으로 고꾸라뜨린다. 남을 상하게 하려는 맹목이 내 중심(則)을 앗아 가는 것이다. 하늘의 권위는 오직 대지의 지지(順) 위에서만 유지된다. 몸의 균형을 지키는 감각이 곧 마음의 법칙을 지키는 수양이다. 이겼다고 느낄 때일수록 한 번 멈춰 발밑을 살피는 것, 그것이 초등우천의 자리에서 후입우지를 면하는 유일한 길이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上六은 坤(어둠)의 끝, 곧 明夷의 어두운 임금(暗君=紂)이다. '不明晦'를 잘 봐야 한다 — 애초부터 어두웠던(不明) 것이 아니라, 처음엔 기가 막히게 똑똑하고 밝아 하늘에 올라 임금이 되었다가(初登于天), 뒤에 어두워져(晦) 땅으로 꺼져 죽었다(後入于地).

영웅호걸은 처음엔 똑똑·밝아 전쟁으로 임금이 되나, 뒤에 다 어두워져 폭군이 된다 — 6대 영웅이 전부 그랬다. 그래서 성인과 영웅호걸은 다르다. 맹자 서문에 잘 비유해 놨다 — 성인은 옥(玉)이라 빛을 속에 저장해 발산하지 않고, 영웅호걸은 얼음·거울이라 햇빛을 밖으로 반사·발산한다.

晉괘는 밝음을 밖으로 발산해(明出地上) 뒤에 남는 것이 없으니 덕(德)이 없고, 明夷는 밝음을 안에 감춰 저장하니(晦其明) 덕이 된다. 발산하면 끝나 허탈해지고, 발산하지 않고 저장하면 덕으로 남는다 — 箕子가 가면을 써서 밝음을 저장한 것이 그것이다.

원문과 주석 — 상육 효사와 소상전, 그리고 정이천·주자·제가

효사와 소상전

上六,不明晦。初登于天,後入于地。

상육은 밝지 않고 어둡다(不明晦). 처음에는 하늘에 올랐으나(初登于天), 나중에는 땅속으로 들어간다(後入于地).

象曰:初登于天,照四國也。後入于地,失則也。

상(象)에 말하기를, 처음에 하늘에 오름은 사방의 나라를 비춤(照四國)이요, 나중에 땅속으로 들어감은 법칙(도리)을 잃었기(失則) 때문이다.

정이천 『이천역전』명(明)을 잃고 어둠(晦)에 빠지다

傳:上居卦之終,為明夷之主,又為明夷之極。上,至髙之地,明在至髙,本當遠照。明既夷傷,故不明而反昏晦也。本居於髙明,當及遠,初登于天也;乃夷傷其明而昏暗,後入于地也。上,明夷之終,又坤陰之終,明傷之極者也。(※ 판본에 따라 ’夷傷’을 ’夷明’으로도 쓴다)

상효는 괘의 끝에 거하여 명이를 일으킨 주인(폭군)이요, 또 명이의 극치에 해당한다. 상(上)은 지극히 높은 땅이니, 밝음이 지극히 높은 곳에 있으면 본래 마땅히 멀리까지 비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밝음이 이미 상처를 입어(夷傷) 밝지 못하고 도리어 혼미하고 어두워진(昏晦) 것이다. 본래 높고 밝은 곳에 거하여 마땅히 멀리까지 미쳐야 하니 ’처음에는 하늘에 올랐다’는 것이고, 마침내 그 밝음이 상처 입어 혼암해지니 ’나중에는 땅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상효는 명이의 끝이요 또 곤(坤, 음)의 끝이니, 밝음이 상함의 극치인 자이다.

상전 해설 — 도리를 잃은 자의 추락(失則)

傳:初登于天,居髙而明,則當照及四方也。乃被傷而昏暗,是後入于地,失明之道也。失則,失其道也。

’처음에 하늘에 오름’은 높고 밝은 곳에 거하여 마땅히 사방을 비추는 것이다. 그러나 상함을 입어 혼암해졌으니 이는 ‘나중에 땅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밝음의 도를 잃은 것이다. ’법칙을 잃었다(失則)’는 것은 그 도(道)를 잃었다는 뜻이다.

주자 『주역본의』본의 — 남을 다치게 한 자, 결국 자신을 망치다

本義:以陰居坤之極,不明其德以至於晦。始則處髙位以傷人之明,終必至於自傷而墜厥命,故其象如此,而占亦在其中矣。

음(陰)으로서 곤(어둠)의 극치에 거하니, 그 덕을 밝히지 못하여 어두움(晦)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높은 지위에 처하여 남의 밝음을 상하게 했으나, 끝내는 반드시 스스로 상하게 되어 그 목숨을 추락시키는 데(墜厥命) 이르렀다. 그러므로 그 상(象)이 이와 같고, 점(占) 또한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本義:照四國,以位言。

(상전 본의) ’사방을 비춘다’는 것은 지위(군주)로써 말한 것이다.

문답(朱子曰) — 상육이 비로소 어두운 군주다

朱子曰:明夷未是説暗之主,只是説明而被傷者,乃君子也。上六方是説暗君。

주희가 말하기를 “명이는 아직 어두운 군주(暗主)를 설한 것이 아니고, 단지 밝음을 지녔으나 상처받은 자들을 설한 것이니, 곧 군자들(아래의 5개 효)이다. 상육이 비로소 어두운 군주를 설한 것이다.”

제가(諸家)

왕상경(王氏湘卿) — 명이(明夷)가 생략된 이유

王氏湘卿曰:前五爻言明夷,猶有明可夷也。上居明夷之極,无明可夷,直不明而晦矣。

왕상경이 말하였다. 앞의 5개 효가 ’명이(明夷)’라고 말한 것은 오히려 상처 입을 밝음(明)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효는 명이의 극치에 거하여 상처 입을 밝음조차 아예 없으니, 곧장 ’밝지 않고 어둡다(不明晦)’고 한 것이다.

운봉 호씨(雲峰胡氏) — 오직 상육만이 어둠이라

雲峰胡氏曰:下三爻以明夷為句首,四則明夷之辭在句中,上六不曰明夷而曰不明晦。葢惟上六不明而晦,所以五爻之明皆為所夷矣。始則居髙位而傷人之明,終則必至於自傷而墜厥命。爻設為此象,以為後世人主之大戒。人之明未必傷也,卒乃自傷而遂隕絶厥命,則亦何益之有哉?如紂者,亦可鍳矣。

운봉 호씨가 말하였다. (하괘의) 아래 세 효는 ’명이’로 문장의 첫머리를 삼았고, (상괘의) 4효와 5효는 ’명이’라는 말이 문장 중간에 있다. 상육은 ’명이’라 하지 않고 ’불명회’라 하였다. 대개 오직 상육만이 밝지 못하고 어두웠기 때문에, 나머지 5개 효의 밝음이 모두 그에게 상처를 입은(所夷) 것이다. 처음엔 고위직에 거하여 남의 밝음을 상하게 했으나, 끝내는 반드시 스스로 상하게 되어 그 목숨을 잃는 데 이르렀다. 효사에서 이 상(象)을 베푼 것은 후세 인군들의 큰 경계(大戒)로 삼기 위함이다. 남의 밝음을 반드시 상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마침내는 스스로 상하여 목숨을 끊어버렸으니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은나라 주왕(紂)과 같은 자를 또한 거울로 삼을 만하다.

쌍호 호씨(雙湖胡氏) — 상과 효, 두 층위의 어둠

雙湖胡氏曰:下五爻皆設明夷,是有明而見傷者也。上一爻説不明晦,是實晦而不明者也。以卦言則傷離之明者在坤,坤為晦。以爻言則傷下五爻之明者在上,上獨為晦。各有不同也。五上為天,有登天之象;坤地至上方成,又有入地之象。

쌍호 호씨가 말하였다. 아래 다섯 효가 모두 명이를 베푼 것은 밝음이 있으나 상처 입은 자들이기 때문이고, 위 한 효가 불명회를 설한 것은 실제로 어두워서 밝지 않은 자이기 때문이다. 괘로써 말하면 리(밝음)를 상하게 한 것은 곤(坤)에 있으니 곤은 어둠이 되고, 효로써 말하면 아래 다섯 효의 밝음을 상하게 한 것은 상효에 있으니 상효만이 어둠이 된다. 각각 다름이 있는 것이다. 5효와 6효(상효)는 하늘이 되므로 ’하늘에 오르는 상’이 있고, 곤의 땅이 맨 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괘가 완성되므로 또 ’땅으로 들어가는 상’이 있다.

역사적 비유의 경계 — 주역은 사건의 기록이 아니다

嘗觀朱子贊易曰:「理定既實,事來尚虗。用應始有,體該本无。」此文王周公為垂世立教而作易,豈欲故以明夷一卦紀商周之事哉?卦爻自有此象,則繫此辭。自後世觀之,非特箕子一爻,紂君臣當時事體,无一不與明夷卦爻相似耳。若謂先因此事而後為此辭,則六十四卦只載六十四事,文王周公之志荒矣。

일찍이 보건대 주희가 역을 찬미하여 이르기를 “이치가 정해짐이 이미 진실하고, 일이 옴이 오히려 비어 있다. 쓰임에 응하여 비로소 있게 되고, 본체는 덮여 있어 본래 없다”고 하였다. 이 주역은 문왕과 주공이 후세에 교훈을 세우기 위해 지은 것이지, 어찌 고의로 명이 한 괘로써 상나라와 주나라의 일을 기록하려 했겠는가? 괘효에 자연히 이 상(象)이 있으므로 이 말씀을 달아놓은 것일 뿐이다. 후세에서 볼 때, 특별히 기자의 한 효뿐만 아니라 주왕과 군신 당시의 사태가 하나도 명이의 괘효와 서로 닮지 않은 것이 없을 뿐이다. 만약 먼저 이 사건으로 인해 이 말씀을 지었다고 한다면, 64괘는 단지 64가지 사건만을 실은 것이 되어 문왕과 주공의 뜻이 거칠어질 것이다.

건안 구씨(建安丘氏) — 순칙(順則)과 실칙(失則)이 운명을 가른다

建安丘氏曰:明夷六二,受人之傷者,以其順則,故卒能自全其明而免禍。上六,傷人之明者,以其失則,故至於自墜厥命而喪邦。則者,君道之正也,其可失乎!

건안 구씨가 말하였다. 명이 육이는 남에게 상처를 입은 자인데 그 법칙에 순응했기(順則) 때문에 마침내 능히 스스로 그 밝음을 온전히 하여 화를 면했다. 상육은 남의 밝음을 상하게 한 자인데 그 법칙을 잃었기(失則) 때문에 스스로 그 목숨을 잃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이르렀다. 법칙(則)이라는 것은 임금 된 도의 바름이니, 어찌 그것을 잃을 수 있겠는가!

건안 구씨(建安丘氏) — 한 몸의 두 체, 여섯 효의 자리

建安丘氏曰:明夷以二體言,則離明為坤暗所傷。以六爻言,則上一爻為暗君,自五而下皆為所傷,所以下五爻皆曰明夷,此受傷者也。上一爻曰不明晦而獨不言明夷,此傷人之明者也。

명이 괘를 두 체로 말하면 리(밝음)가 곤(어둠)에게 상한 바 된 것이요, 여섯 효로 말하면 맨 위 한 효가 암군(폭군)이 되어 5효 이하는 모두 그에게 상함을 입은 바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아래 5효는 상처받은 자들이고, 위 한 효는 남을 상처 입힌 자이다.

건안 구씨(建安丘氏) — 여섯 효와 은·주 교체기의 대응

建安丘氏曰:今以商周之事槩論:則上一爻極暗為紂之昏棄,五近晦為箕子之囚奴,四與上同體避暗就明為微子之遯去,三與上應以明尅時為武王之伐紂,二在大臣之位藏明於暗為文王之羑里,初去暗稍遠見傷即避,其伯夷太公居海濱之事乎!明夷六爻之義於此可見矣。

지금 상나라와 주나라의 일로써 개략적으로 논하자면,

  • 상육(6효): 지극히 어두우니 주왕(紂)의 혼미함이요,
  • 육오(5효): 어둠(주왕)에 가까이 있으니 기자가 감옥의 노예가 된 것이요,
  • 육사(4효): 상효와 동체(곤)이나 어둠을 피해 밝음으로 나아갔으니 미자가 도망쳐 떠난 것이요,
  • 구삼(3효): 상효와 응하여 밝음으로써 때를 이겨내니 무왕이 주왕을 정벌한 것이요,
  • 육이(2효): 대신의 자리에 있어 어둠 속에 밝음을 감추었으니 문왕이 유리옥에 갇힌 것이요,
  • 초구(1효): 어둠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상함을 보고 즉시 피했으니, 백이와 태공망이 해변에 숨어 살았던 일일 것이다.

명이 6효의 뜻을 여기서 가히 볼 수 있다.

이 효가 動하면山火賁(22번 괘로 갑니다)